<138> 베네치아의 야경
<138> 베네치아의 야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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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추억 안고… 낭만 덮고…고요한 밤바다와 잠들다

베니스영화제·베니스건 축제 겹친 성수기
환전 수수료 교환비율 ↑ 배낭여행객 곤혹
선상에서 맞는 아름다운 야경에 마음달래


베네치아는 유스호스텔이 매우 귀하다. 유스호스텔을 찾는 대학생들을 따라 섬에 도착하여 스텔로 베네치아를 찾았으나 예약이 꽉 차 있어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밤 12시에 찾았던 유스호스텔이 만원이라 그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말에 걸었던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밤바다 위에서 어둠의 미아가 되어 그저 막막했다.

유스호스텔 직원이 가르쳐준 비용이 저렴한 산타 포스카(Santa Fosca)라는 호텔을 가기 위해 처음 도착한 산타 루치아역으로 다시 되돌아 나가야 했다.

배에 올라 베네치아의 야경을 실컷 구경하는 것도 멋진 밤이라고 생각하니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고 한결 가벼워졌다. 여행중 방 때문에 가장 고생한 날이다. 저녁도 못 먹고 지쳐있는 내 귓전에 한국인의 음성이 들리자 힘을 내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4명의 젊은이들이 베니스영화제 때문에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때서야 밤새도록 싼 방 하나를 구할 수 없었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베니스는 지금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영화인들 때문에 방을 구할 수 없을 뿐더러 베니스영화제와 더불어 8-9일 날은 베니스건축제가 겹쳐서 최고의 성수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베니스영화제를 이곳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일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에 도착하면 찾아보겠다는 얘기를 나누며 헤어졌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밤과 추억을 담기위해 큰마음 먹고 호텔에서 하루 밤을 잘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객실요금이 비쌌고 4-5시간만 지나면 아침이 오는데 87$를 쓴다는 게 배낭여행객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말없이 100$을 집어 들고 호텔을 다시 나왔다. 여행당시는 유로화와 달러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환전될 때였다. 베네치아가 환전 수수료와 환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았다. 섹스피어 작품 베니스 상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곳에서 달러와 유로화를 절대 환전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빗발이 조금씩 떨어지고 천둥이 간간히 지나가고 있다. 역 앞에서 하루 밤을 지새우는 것이 훨씬 더 홀가분한 것 같다. 87$를 주고 몇 시간 호텔에 잠을 잤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배낭을 현관문에 세우고 등을 기대어 잠을 청해보았다. 피로가 구름처럼 몰려온다. 4시간 동안 싼 방하나 구하지 못하고 발품만 판 것이 더 곤혼스러웠다. 하지만 이 차가운 대리석 위에서도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내일 가까운 인근에 싼 숙소를 정해 베네치아의 밤을 만끽하리라 마음먹으니 마음이 가볍고 담담해졌다. 새벽 3시 20분 현관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 5시경에 대합실 문이 열려 잽싸게 벤치를 하나 잡았다. 대합실 안 벤치에 누워 비로소 편한 자세로 발을 뻗어보았다.

아침 7시에 잠이 깼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양손에 잡고 토막잠을 잤다. 비네치아에서 꿈꾸었던 아름다운 밤은 대합실 벤치에서 노숙자의 신세로 허망하게 사라졌다. 산타 루치아 역에서 노숙자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경험했다.

아침에 햄버거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주변 제과점에서 물과 빵을 사서 수로 옆에 위치한 주택 계단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산타 루치아역 부근으로 돌아와서 달러를 유러화로 바꾸었다. 이곳 환전소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교환해준다. 베네치아가 환전 수수료와 교환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얄미울 정도로 장사속이 높은 도시인 것 같다.

기차역은 많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밤을 새우고 새벽에 역 우측으로 늘어선 호텔과 상점거리를 2번이나 왕복하고 나니 낮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착장과 골목길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열기가 가득했다. 베네치아는 둘레가 약 11km의 작은 섬이다.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과 작은 운하가 섬 안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어 산책하기에도 즐거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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