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문백전선 이상있다
26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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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78>
글 리징 이 상 훈

"매성 대신의 측근 대정이란 자를 알아 놓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화려한() 내력을 지녔던 자의 얼굴을 염치가 기억해 내지 못할 리 없었다. 염치는 그들이 돌아간 다음 심복 부하들을 불러 모아 머잖아 곧 열리게 될 행사(고관 부인네들이 아우내왕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순대를 맛있게 만들어가지고 불우한 백성들을 초대해 양껏 먹도록 베풀어 주는 잔치)에 대해 논의를 한 후 급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장산에게 주기로 약속했던 금화 다섯개가 마음에 걸렸기에 염치는 아내를 다시 한 번 더 잘 설득하여 감춰놓은 금화보따리를 돌려받을 생각에서였다. 아니, 그보다도 지금 염치는 수중에 돈이라곤 단 한 푼도 없다보니 마음이 영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견딜 수가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염치가 밖으로 막 나가려는데 호위무관 장산이 찾아와 그를 뵙기 원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장산이 염치를 지금 찾아온 이유야 뻔한 것. 염치가 주기로 약속했던 금화 다섯개를 받아내기 위함일 것이다.

"으음. 나 지금 나갔다고."

염치는 자기 부하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뒷문을 통해 몰래 나가고자했지만 어느 틈엔지 키가 큰 장산이 그의 앞을 딱 가로 막고 서있었다.

"어르신께서 부탁하신 정보를 제가 좀 알아가지고 왔사옵니다."

장산이 키 작은 염치를 향해 넙죽 인사를 크게 올리며 말했다.

"그, 그래. 일은 잘 되었는가"

"네. 매성 대신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자를 제가 알아 놓았습니다. 그 이름이 대정이라고."

"대정 대정이라고 했나"

염치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매성 대신에게 신임을 얻고 있는데다가 허우대가 멀쩡하게 잘 생긴지라 제가 잘만 사귄다면 요모조모 써먹을 데가 참 많을 것 같사옵니다."

"알았네. 그럼 잘 좀 해보게나."

염치는 이렇게 대강 말하고는 바쁜 척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저어, 그런데."

장산은 염치의 앞을 다시 가로막아서며 몹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왜 그러는가"

"이런 말씀 드리기 퍽 쑥스럽습니다만, 실은 제가 오늘 저녁에 술을 사기로 했거든요."

"아, 그 그래."

염치는 순간 가슴이 뜨끔해졌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과 표정으로 보건대 염치에게 돈을 달라는 뜻임에 분명하다. 한데 염치의 호주머니 사정은 지금 완전한 빈털터리 거지 신세나 다름없지 않은가 아니, 빈털터리 정도가 아니라 자기 부하들에게도 얼마간 돈을 빌렸으니 아무 것도 없는 거지보다도 사정이 더 나쁜 처지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놈은 항상 고급스럽게 먹고 마시는 데 익숙해져 있는데다가 예쁜 여자를 매우 밝히는 편인지라 제대로 대접해 주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아, 알았네. 잘 알았네. 내가 자네에게 거마비조로 약속을 했던 금화를 당장 건네주어야 하지만 묘한 내 사정 때문에 부득이 내일 아침으로 미뤄야겠네. 이해해 줄 수 있겠나"

"아이고, 이해하다마다요. 그럼 제가 오늘 저녁엔 무슨 수를 써서든지 놈을 극진하게 잘 대접해주어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빼내 보도록 하겠사옵니다."

장산은 속으로 몹시 언짢긴 하였지만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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