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문백전선 이상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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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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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77>
글 리징 이 상 훈

"매성은 자네가 저자를 죽이지 않기를 원했던거야"

"뭐야 아니, 세상에 그런 게 다 있어"

일봉은 신방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상식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뱀대가리 같이 생겨먹은 그것이 갑자기 성을 내어 좁은 구멍을 비집고 처음엔 용감하게 기어들어갔다가 사방 벽이 숨 막히게 꽉꽉 조여오고 꾹꾹 눌러대면 결국 머리가 깨져서 허연 뇌수(腦髓)를 질질 흘리면서 축 늘어진 채로 나오는 것이 자연 섭리요 정한 이치이거늘 어찌 그런 것이 장시간 빳빳하게 견딜 수가 있겠느냐"

"글쎄 사실이라니까요· 그 약을 먹거나 혹은 거기에 바르고 나면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제까지 쥐죽은 듯 얌전히 있던 것이 갑자기 용트림을 하듯 힘이 팽팽하게 들어가면서 몽둥이처럼 아주 딱딱해진답니다· 그걸로 맘껏 기분 내키는 대로 휘둘러대 주면 이 세상 어느 여자인들 넘어가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어허!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신기한 것이로구먼·"

일봉은 크게 감탄한 듯 고개를 잠시 끄덕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일봉은 신방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정도로 빳빳해질 수 있는가 설마하니 그걸로 못 대가리를 때려박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정도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다듬이 방망이 대용으로 두들길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 그럼· 그걸로 북을 칠 수도 있겠네"

"물론입지요· 적당한 크기의 빨랫감이라면 거기에 걸쳐놓아도 충분할 정도입니다요·"

이들이 이렇게 하찮은 말들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자 벽 너머에서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탕정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뭐하는 거야 하라는 조사는 하지 않고 잡스러운 소리만 지껄이고 있으니·"

그러자 옆에 있던 온양이 점잖게 말했다·

"허허· 어쨌거나 우리들이 가장 원하던 것을 알게 되지 않았나 매성이 자기 심복(신방)을 통하여 저 자(대정)가 은밀히 보내주는 이상스런 약초를 받았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자네가 취할 방향은 이제 딱 한가지로 정해진 셈이야·"

"맞아! 매성은 저자를 자네가 법대로 냉정하게 처리해서 죽이기를 원치 않고 있는 거야· 부하인 저 자(대정)가 있어야만 그 귀하고 특이한 약초를 계속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염치도 이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저 자(대정)를 내가 내 손으로 굳이 처리해야만할 이유가 하나도 없구만!"

마침내 이런 결론을 내린 탕정은 죽은 자기 아내를 너무나 그리워하다보니 정신이 살짝 돌아버려 잠시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데, 피해자들이 그의 처벌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고 그 또한 자기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니 선처해 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소견을 달아가지고 매성 대신에게 그를 아예 보내버렸다· 매성 대신 또한 탕정이 조사한 내용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어 아우내 왕에게 이를 보고하였고 이것은 당시 아우내 왕 뿐만 아니라 늙은 왕비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 아! 이제까지 우리 병천국 내에 죽은 자기 아내를 그 자만큼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자가 있었더냐 그가 행한 짓거리가 비록 괘씸하기는 하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었고 또 죽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갸륵하니 그를 석방하노라!"

마침내 아우내왕의 명령으로 대정이 이제까지 저질렀던 죄는 깨끗이 사함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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