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발칸반도를 넘어 베네치아로
<139>발칸반도를 넘어 베네치아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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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수채화처럼 펼쳐진 슬로베니아의 시골풍경
아드리아海를 품에 안은 물의 도시를 가다

오후 3시 성곽을 내려와 뉴블리아나 답사를 마쳤다. 오후 3시 50분 이탈리아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마치 집에 돌아온 휴식처처럼 편안했다.

걷고 또 걷고 길이란 그러한 발검음의 연속이다. 구도의 길을 위한 염원으로 몇 년씩 걸어서 실크로드를 여행했던 구도자들에 비하면 그래도 너무 편한 여행이라 자위해 본다.

비싼 호텔비만 아니면 정감이 가는 도시이다. 슬로베니아는 유스호스텔이나 저렴한 여관이나 호텔들을 개발하여 세계의 배낭여행객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별한 호기심이 없다면 비싼 호텔요금을 내고 이곳에 찾아올 유럽여행객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베네치아행 기차서 만난 고등학생들

오후 4시17분 베네치아 행 열차가 출발했다. 10분 쯤 후 블래조비카(Blezovica)에서 기차의 바퀴를 교체하기 위하여 열차가 멈추어 섰다.

창밖엔 빗방울이 흐르고 있다. 슬로베니아 고등학생 2명을 만났는데 서툰 영어로 한국의 남북한간에 어떤 문제점이 없는지 물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너무 많은 격차가 있고 군사적인 면에서도 균형을 이루어 전쟁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중 한 학생이 한국축구에 대해 엄지손을 치켜세우며 칭찬을 하며 유럽 리그에 활동하고 있는 자기 나라 출신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묻기까지 하였다. 낯선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밝은 학생들의 표정에서 슬로베니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노트란자(Notranja)란 작은 역에서 두 학생은 내렸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밝은 슬로베니아의 미래가 꿈틀대고 있는 것 같다.

그림처럼 펼쳐진 정감있는 농촌 풍경

비가 그치고 옥수수 밭과 숲속에 맑은 햇살이 뿌렸다. 그림처럼 숲속에 앉아 있는 주택들과 언덕위의 하얀 교회당, 목초지의 양떼들, 창밖에 핀 화분 속의 붉은 꽃들이 햇살을 받으며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오스트리아 다음으로 농가주택들이 아름답고 단정하게 느껴지며 숲과 목초지가 잘 가꾸어 진 것 같다. 저녁노을이 화폭에 담긴 수채화처럼 시골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다. 기차로 슬로베니아의 심장과 허리를 통과할 수 있는 코스이다.

포스토자나와 피브카역을 통과하여 디바카역을 지나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생각보다 산지가 많은 지역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소나무 숲이 매우 인상적이다.

오후 6시 58분 세자나(Sezana) 역에 도착하여 여권검사를 하고 7시 20분 이탈리아 빌라 오피시나(Villa Opicina) 역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의 첫 관문지에서 검문을 받고 15분 쯤 후에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건물 구조가 앞면에 돌을 부치는 경향이 뚜렷하고 주택문화가 슬로베니아와 확연히 차이를 느끼게 한다. 중국 우루무치에서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붉은 벽돌집에서 맞배지붕을 한 우리나라 70-80년대 시골 스레트나 양철지붕과 비슷한 전혀 다른 주택문화를 볼 수 있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짧은 거리지만 나라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농촌의 풍경들이다.

철도 연변에는 작은 관목 숲이 자라고 있어 슬로베니아의 소나무 숲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밤 바다를 밝히고 떠있는 상선들

저녁 7시 50분 바다가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넓고 망망한 바다 품안에 떠 있는 상선들이 등불을 켜고 밤바다를 밝히고 있다.

항구에 뿌려놓은 밤하늘의 별 같은 불빛들과 숲을 뚫고 스치는 등불, 해안가에 늘어선 가로등 불빛과 언덕 위에 깜빡 거리는 주택가 불빛 들이 어둠을 밝히는 광경은 슬로베니아의 산악지형과 불과 몇 십 분의 짧은 거리지만 건물양식과 주변 분위기가 너무 대조적이다.

밤 8시 트리애스타(Trieste) 역에 도착했다. 철도가 복잡하게 늘어선 기차역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텅 빈 역이다.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마치 유령의 역을 보는 것 같은 큰 역이다. 아마 항구의 짐을 주로 운반하는 역인 것 같다. 바다에 떠 있는 불빛들만이 어둠의 윤곽을 보여주고 있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해안선을 낮에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드리아해의 물빛에 잠긴 베네치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상선들

몬팔코네 역을 지나 밤 10시 20분에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 역 앞은 물바다였다. 이제껏 느꼈던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에 잠시 당황했다.

아드리아 해의 물빛에 잠긴 베네치아는 매우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네온싸인 불빛에 어른거리는 잔물결을 바라보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 망설였다.

도로에 가득 찬 자동차 행렬에 익숙한 나로서는 도로가 물길로 넘실거리는 풍경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였다. 잠시 물가 층층 계단에 앉아 생각을 가다듬었다. 숙소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도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밤중에 만나는 베네치아는 기존의 도시 개념과는 너무나 달랐다.

버스 대신에 배를 타고 도시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소형 배들이 빽빽하게 물가에 정박해 있다. 배에는 바포레토라고 불리는 수상 버스와 모터보트인 택시, 그리고 곤돌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바포레토가 값도 싸고 이용하기가 편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지상에서 자동차가 한 대도 다닐 수 없는 도시가 베네치아다.

118개의 섬 177개 운하로 만들어진 수상도시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이동수단인 곤돌라

운하위로 드리운 커다란 다리 밑을 통과하자 도시의 불빛과 가로등이 눈부시게 물결 위를 굽이친다. 수많은 도시를 통과해온 내 눈 앞에 전혀 새로운 빛깔의 도시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77개의 운하와 118개의 섬과 400개의 다리가 놓여 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밤의 표정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불빛에 떠 있는 도시의 형태를 종잡을 수 없지만 밤 11시 20분인데도 배안에 손님들이 많이 타고 있다. 대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웅크리고 있는 군함도 숨을 죽이며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섬 위에 떠 있는 불빛들을 가까이 다가가면 뒤켠엔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3-4층 건물들의 고풍스런 자태는 형태미와 주변의 조화를 이루어 밤바다를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꿈속에서나 본 듯한 그런 모습들이 어둠 속 불빛으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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