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의 다짐
새학년의 다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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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이 남 덕 <청주덕성초등학교 교사>

등산이랍시고 집 가까운 우암산에서 상당산성을 자주 오르는 게 고작이다. 거의 정상에 이를 때쯤이면 '얼음골'이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띄는 한 덩어리의 얼음과 만나게 된다.

하얀 피부에 흘러내리는 땀도 그 얼음과 만났을 때의 시원함은 아무리 말로 표현해 보았자 실감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음골이 예로부터 전해오는 곳도 아니고 얼음도 자연에서 생겨난 게 아닌 누군가 등산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어서 궁금을 더했다.

산성의 서문에 이르게 되면 다름 아닌 음료수 몇 종류를 지게에 지고 와서 파는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바로 그 아저씨가 얼음골의 주인공이다. 장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주변에 널브러진쓰레기를 모두 주워 지게에 지고 내려가는 모습에서 무심코 버린 것들에 괜히 미안해짐은 혼자만의 느낌일까.

자신의 장사를 위해 한일이라고 쉽게 넘겨 버릴 수 있겠지만 하루도 아닌 365일을 꼬박 그렇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새학년 새학기를 시작하는 요즘 아저씨의 보이지 않는 본심의 선행이 더욱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현장은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면이 눈에 띄게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남을 생각 밖에 놓고 있으며, 누가 보지 않을 땐 남의 공간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 이기주의가 너무도 팽배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지혜를 가슴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혼자만의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고 이웃과 함께 누려야만 아름다운 세상인 것을.

자신의 선행으로 인해 자신에게 더 많은 기쁨과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이웃을 향한 조그만 배려가 결국은 자신뿐만 아니고 우리 모두를 따듯하게 그려가는 순박한 진리를 깨우쳐야 한다.

이런 아주 간단하면서 소박한 믿음은 단지 교사로서만 느끼는 소회가 아니고 우리 모두 공유해야할 간절한 바람이기고 하다. 거울이 자기 모습을 꾸밈없이 비추듯,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진실하고 겸손함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익는 건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리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물 같은 사람이 있다. 참으로 작은 일을 챙기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한결 봄바람 같은 훈훈함에 싸인다. 오늘따라 산성 아저씨의 지게를 새김질하며 겸손한 사도의 행보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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