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여론조사
총선과 여론조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4.02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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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18대 총선 후보들은 요즘 여론조사 결과 하나에 울고 웃는다.

여론조사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최근 선거는 갈수록 여론조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곧 법이요, 진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거를 맞아 언론사와 정당, 후보 개인들은 다양한 조사기관을 통해 여론조사를 정신없이 쏟아낸다. 한국언론재단에 의하면 지난해 대선 경선 초반인 1월1일부터 4월10일까지 전국 10개 종합일간지와 지상파 3개 방송이 내놓은 선거관련 조사 보도건수는 모두 249건이었다. 매일 2∼3건의 선거관련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보도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여론조사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닌듯 싶다.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처음 이용된 것은 지난 16대 대선이었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4.6%포인트가 앞선 노 후보로 단일화됐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정당 공천과정에 여론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충북에서도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 결정때 여론조사에서 이긴 남상우 후보가 역전한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후 지난해 가장 치열했던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고, 이번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공천 역시 당내 경선을 치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했다.

이렇게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잣대가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즉 여론조사가 만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표본오차를 무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들어 두 후보자간의 지지율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다면 이는 전체 유권자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을 때 두 후보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의 차이를 실제의 차이로 여겨 절대적인 의미를 둠에 따라 심각한 여론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또 최근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지지율이 조사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조사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응답층 때문이다. 응답률이 10%대인 것은 문제있는 조사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의 여론조사 대부분은 조사원의 목소리가 사전에 녹음되어 있는 자동응답기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 이같은 맹점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향후 모든 결과를 미리 예단하는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공천에만 매달린 벼락치기 선거', '해괴한 선거, 이상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슨 정책을 내놓았는 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니 정책도 모르고 정당도 모르고 후보도 모르면서 무조건 투표만 하라는 묻지마 선거다"라고 규정한다.

이번 총선은 구도·인물·정당이 사라진 '3무(無) 선거'로 이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선택에 있어 의지하고 기준을 삼을 만한 것은 여론조사 뿐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을 앞두고 막판 조사결과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조사 기법이 과학적이어서 상당수가 문제는 없을 듯 싶다. 그러나 이런 조사를 맹목적으로 믿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조사에 대한 신뢰성과 정확성은 더욱 제고돼야만 한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부동층은 30%가 넘고 있다. 그만큼 선택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여론조사의 허점을 정확히 살피고 후보들도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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