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을 포기하자는 건가
식량자급을 포기하자는 건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3.03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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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주장
권 혁 두 부국장 <보은.옥천.영동>

중국은 인구에 비해 경작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는 전세계의 20%를 점하는 데 반해 농경지는 7%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농업진흥정책에 주력해 식량자급률 95%선을 유지해 왔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연속 증산에 성공해 이 기간에 생산량을 무려 6675억톤이나 늘렸다. 지난해 12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급률 95% 유지를 선결과제로 삼고 정책지원 강화를 통해 농산물 공급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식량수급의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은 당장은 식량안보에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식량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탈농현상과 산업화시책에 밀려 농업생산력이 악화되는 추세를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9대 농업지역을 기능별로 4개 권역으로 나눠 자원 이용을 최적화하고 식량 증산을 극대화하는 11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예컨대 황허(黃河)와 후이허(淮河), 하이허(海河) 유역을 가리키는 이른바 '황후이하이(黃淮海)' 지역과 장강(長江) 중하류 지역을 최적화 발전구로 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식이다. 남서 및 서북지역, 신장(新疆) 등을 개발제한구로 정해 생태농업을 집중 육성하고 우량품종 특구와 옥수수 전용단지 등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자급률 95% 고수를 위해 중국이 비상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2006년 기준으로 2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꼴찌에서 세 번째다. 곡물 수출국인 호주(280%)나 프랑스(191%)는 그렇다 쳐도 공업국으로 분류되는 독일(126%)이나 스웨덴(120%)과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웃 일본은 물론 주민들이 기근에 시달린다는 북한보다도 떨어진다. 목전에 닥친 한·미FTA를 비롯해 정부가 지향하는 임기응변식 농업정책을 보면 이 수치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농산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에그플레이션(Agfiation)이 진행돼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제시장에서 밀값이 폭등하며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과 식료품값이 크게 올랐고, 사료용 작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료값이 폭등해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다 보니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을 자원화하고 관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밀의 주요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은 최근 자국 물가안정을 위해 수출하는 곡물에 관세를 중과하는 방식으로 해외로 나가는 물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후 밀값이 또 폭등한 것은 당연지사다. 다른 수출국들까지 덩달아 곡류수출을 제한하면 석유시장 못지않은 회오리가 전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엄청난 부를 축적중인 중동 산유국들 조차도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이다 보니 곡물 수출국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 됐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우 식품값이 폭등하며 쌀과 양고기 등이 품귀현상을 빚자 국민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인접국으로 건너가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곡물 자급률이 저조한 우리에게도 언제 이런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해 식량안보를 강화하자는 농업인들의 해묵은 주장이 새삼 관심을 끌고있다. 최소한의 자급률을 법률에 명시하고 국민 생존에 필요한 농경지와 농업인력을 정책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사 직전의 농촌을 되살려 농업기반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단계적이나마 미래를 대비한 처방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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