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방범 '600년 역사' 분풀이 표적
허술한 방범 '600년 역사' 분풀이 표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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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용의자 범행 자백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의 방화 용의자 채모씨(69)가 12일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채씨는 경찰조사에서 "숭례문은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하고 범행이 용이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채씨의 진술대로 나라의 상징적인 문화재인 숭례문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허술하게 관리되어 왔다.

◇ 경비원 휴일엔 고작 1명…그나마도 야간엔 없어

범행 당일 숭례문을 찾은 채씨는 좌측 비탈을 타고 올라가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2층 누각으로 올라갔다. 채씨는 2층 누각에서 미리 준비해간 시너가 담긴 1.5페트병 3개 중 1개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채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

채씨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숭례문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접근이 쉬었기 때문이었다. 60대 후반의 채씨가 보기에도 국보 1호 숭례문에 대한 감시와 경비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채씨는 범행을 위해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 사전답사를 거치면서 밤에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실제로 서울 중구청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숭례문 근무를 배치했고, 평일 3명을,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1명의 경비원을 두었다.

오후 8시 이후엔 무인 경비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결국 일요일인 10일 오후 8시50분쯤 화재가 발생한 시각에 숭례문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채씨는 경찰에서 "다른 문화재는 비교적 경비가 삼엄하고 소방시설이 잘 돼있어 불을 지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CCTV 사각지대 많고, 무인경비시스템 화재엔 무용지물

야간에는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지만 실제로 이번 방화에 있어 숭례문 주변에 설치된 경비업체의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은 11일 숭례문 보안을 담당하는 KT텔레캅이 설치한 CCTV 4대의 녹화분량을 분석했으나 채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담겨있지 않았다.4대의 CCTV는 엉뚱한 곳만 감시하고 있었던 것.

숭례문 주변에 설치된 CCTV 4대 중 두 대는 숭례문 정면 방향을 비추고 있었고, 한 대는 후문 방향, 나머지 한 대는 숭례문 안쪽 방향을 비추고 있었다. 정작 채씨가 올라간 서측 비탈과 2층 누각은 CCTV 시야 밖이었다.

또 화재 발생 3분 전인 10일 오후 8시47분쯤에는 외부인의 침입을 알리는 적외선 센서가 2층 누각과 후문에서 각각 울렸지만 경비업체가 출동했을 때 이미 숭례문 2층 누각에서는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 허술한 경비, 채씨 뿐 아니라 일반인도 인지

숭례문에 대한 허술한 경비는 이미 일반 시민들조차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 시민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숭례문의 허술한 경비체계를 지적하는 글도 올렸었다.

'경복궁을 29번 탐사한 22세 청년'이라고 밝힌 김영훈씨는 지난해 2월2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나도 한 마디'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나라를 사랑하시는 분은 한 번 현장에 나가 보라"며 "이런 숭례문 경비 체제로는 조만간 잘못하면 누가 방화할 수 있다"고 직접적인 방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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