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검은재앙을 극복한다
태안, 검은재앙을 극복한다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01.01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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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삽으로… 맨손투혼
◈ 방제작업 중단한 태안 지난달 31일 강풍과 눈보라로 방제작업이 중단된 태안 개목항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에 눈이 쌓여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삶의 터전 되찾자" 80여만명 기름과 사투

방제작업 25일째 … 상당부분 제모습 찾아

맨손어업·숙박업 등 행정지원책 마련 절실

기름재앙이 덮친지 25일째인 지난 12월31일 세밑 태안반도는 앞을 가늠하기조차 힘들 만큼 세찬 눈바람이 몰아쳤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초속 20m를 넘어서면서 거센 파도는 금세 만리포를 집어삼킬 기세였다.

바로 옆 모항 포구와 만리포를 잇는 소원면 소근리 입구에서는 태안군 공무원들이 방제작업 중단을 모르고 간혹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몸을 가누기 힘든데도 초소앞을 지키고 서 있다.

이날 15의 적설량을 보인 태안반도는 영하 5도의 날씨인데도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는 섭씨 영하 15도나 됐다.

29일까지만 해도 해안가 곳곳에는 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었던 곳, 태안 해안가는 흰눈만 쌓여 있다.

지금까지 태안반도에서는 연인원 80만명이 기름과 사투를 벌였다. 만리포, 신두리, 천리포, 학암포 등 유명 해수욕장은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서 상당수준의 제모습을 찾았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두고 '기적을 만드는 신의 손'이라고 했다. 원래의 모습은 영영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던 해수욕장과 해안가가 하루가 다르게 제모습을 찾아가자, 주민들의 입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주민들은 끝없이 밀려드는 봉사자들의 발길을 보며 매일 아침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만리포관광협회 국응복 회장은 "혹한이 찾아와 일시적으로 방제작업은 중단됐지만, 희망을 심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한 주민들은 아름다운 만리포를 되찾는 일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고 말했다.

모항 구본춘 어촌계장은 "바람만 잦아들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되찾기 위한 방제작업은 계속된다"며 "이제부터는 어업분야와 외적분야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어업분야는 그래도 수협 등 구심점이 있어서 상당부분 보상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맨손어업과 숙박업, 펜션, 슈퍼, 식당 등 다양한 외적 관련분야 주민들은 아직 구심점이 마련되지 않아 이 분야에 대한 행정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했다.

험한 날씨를 뚫고 서울 송파구에서 내려온 이지훈씨(27·고려대 3학년)는 "친구들과 연말연시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태안에서 기름제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뜻 깊을 것 같아 찾아는데 날씨가 우리들의 뜻을 거부해 아쉽지만 반드시 봉사활동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인간들의 발길을 거부할 만큼 강한 눈보라가 몰아친 태안반도, 그러나 그늘진 절망의 표정은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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