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당신이 아름답다
꿈꾸는 당신이 아름답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3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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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고
김 중 겸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마냥 들뜨기만 한다. 새해가 와서다. 내일이면 신형 365일을 배달받는다. 신정에 어울리는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설혹 며칠 지나 퇴색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좋기만 하다.

잠자리에 들면 이내 곯아떨어진다. 슬며시 꿈이 찾아왔다.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설쳤다. 서생원(鼠生員)들이 황금 잎 물고 몰려왔다. 로또 될 길조라며 꿈속에서 허, 허 웃었다.

서울 청계천에 물길이 트였다.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인산인해다. 동원되지 않은 객이기에 그렇다. 쥐도 덩달아 새 터전 찾았다며 몰려들었다. 생명이니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일가친척인지 모르겠다. 인파 속에서 인간 친화력이 생겼어 한다. 그래도 내가 개띠 견공(犬公)인 걸 모르나 보다. 사람 좋게 생긴 인상도 아닌데 웬 황금선물인가 했다.

올해 끝자락에 골드러시(a gold rush)라니 입 째지게 좋았다. 비몽사몽(非夢似夢)의 잠결 꿈이었어도 신났다. 평소 베푼덕의 대가를 이제 받나 보다 했다. 주제넘지만 기분 좋아서다. 마침 내년이 쥐의 해다. 쥐는 12지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동물이다. 어렸을 적에 두 가지가 잘 외워지지 않았다. 하나는 항렬(行列). 김해 김씨 경파 75세손 이런 거 말이다.

중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용케 버스에 빈자리가 있었다.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문뜩 눈이 떠졌다. 백발 수염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앞에 서 계셨다. 냉큼 자리를 양보했다.

물끄러미 교복 왼쪽 가슴의 이름표를 보셨다. 무슨 파 몇 세손이신가 대뜸 물으셨다. 기억이 도통 나지 않았다. 아버지 말씀을 안 들은 탓이다. 마이동풍(馬耳東風) 아들이었다.

그 이후 메모해서 지니고 다닌다. 지금도 수첩 갈피에 넣어 두었다. 아이들에게도 건넸다. 가보처럼 여기라 했다. 경험담 얘기해 주면서 최소한 창피는 면할거라 했다.

또 하나 있다. 10간12지(十干十二支)다. 12지가 더 머리에 안 들어왔다. 요즘에야 '쥐소호'에 사는 '토용뱀'은 '말양원'에서 몸을 '닭개돼'하면 O.K! 암기력 발군이다.

쥐(子)의 해(戊子년)다. 우리가 알듯 그렇게 해롭기만 한 동물일까 세상 삼라만상에 좋기만 한 건 없다. 이로움 있으면 해악도 있다. 단점이 보이면 장점도 보이기 마련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 미키 마우스를 보자. 재간둥이다. '라따뚜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생쥐가 요리사 되려는 내용이다. 쓰레기통 뒤지기를 거부했다. 꿈 성취한다.

표리부동의 인간세상이다. 성공이 있으면 그 정점에는 실패가 도사린다. 그래도 꿈이 있어야 천박하지 않다. 힘이 생긴다. 열두 달의 첫 달을 꿈 그리기 월간(月間)으로 하자.

쥐띠 해는 희망과 풍요와 기회를 상징한다. 우리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부지런한 동물이다. 위험을 미리 알아내는 본능도 탁월하다.

우리는 욕망하는 뇌를 지녔다. 사랑, 돈, 권력, 명예 다 좋다. 손에 쥐기 위해서 일단 길나서야 한다. 구부러진 길 나오면 곧게 펴면 된다. 엇길로 가면 바로 잡으면 된다.

나갈까 말까 제 거처에서 고개만 내놓고 망설이는 모습(首鼠兩端)으로는 운도 멀리 달아난다. One Chance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꿈꾸는 좋은 정월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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