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감 당선에 부치는 '단소리'
새 교육감 당선에 부치는 '단소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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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병 우 <충북도 교육위원>

드디어 우리 도에 주민직선 교육감이 뽑혔다. 충북 교육사상 처음의 일이다.

새 교육감에게 이번 당선은 재선이지만 단지 다시 뽑힌 것을 넘어 완전 격이 다른 당선이다. 지난번이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보궐선거였다면, 이번은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본 선거였다는 점이 우선 그렇고, 무엇보다 이번은 전체 주민들로부터 교육주권을 직접 위임받은 선거였다는 점에서 그 권위가 천양지차다.

물론, 지방교육자치 집행청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지역교육계를 대표하는 수장이라는 위상에 변화는 없다. 법적권한과 책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교육계대표(교육감)를 도민대표(도지사)와 똑같이 유권자들이 뽑음으로써 정치적 대표성과 위신은 훨씬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새 교육감은 이번 선거전을 치르고 난 뒤 "세상을 다시 알게 되었다"고 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리라. 교육계 출신으로서 일반 정치권선거와 똑같은 선거전을 대선과 같이 치렀으니, 그 위화감이 얼마나 컸을까. 후보와 운동원들은 상대후보 진영보다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더 버겁게 싸워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새 교육감은 능히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 이제 도지사에 맞먹는 정치적 위상도 갖게 되었다. 다만 이번 임기도 오는 2010년 6월까지, 또 반쪽짜리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임기동안은 더욱 자신감있게 '강력한 소신행정'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새 교육감 당선자가 확정되고 취임식이 열리던 그 시각. 필자가 관련된 뜻밖의 일이 있었다. KBS청주방송 제1라디오 '라디오 충북시대'에서 당선자 생방송 인터뷰를 기획했다가 취임식과 시간이 겹치자 필자에게 급한 '뗌빵' 요청이 왔다. 그런데 거기서 그만 뜻밖의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다.

교육감 공약 등을 소재로 5분여의 인터뷰 끝에 새 교육감에게 바라는 바를 묻기에 "기르되 소유하지 않고, 행하되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이끌되 지배하지 않는다"는 노자의 '도덕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교육감의 평소 신조라는 '따뜻한 카리스마'로 충북교육을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했는데, 거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사단은 그 다음이었다. 진행자가 마무리를 하느라고 "평소 쓴소리를 마다않는 김 위원님이 오늘은 단소리로 맺으시는 군요"했는데, 이를 받아 사족을 달고 나선 필자 대답이 '걸작'이었다. "아, 감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인터뷰는 취임식 도중 식장을 나와 휴대폰 통화로 한 것이었는데, 외부잡음 때문에 앵커의 '쓴소리'얘기가 엉뚱하게 ('쇳소리'-감기 목소리를 지적한 것으로)들려, 완전 사오정수준의 동문서답을 한 것이었다. 인터뷰가 나가자 마침 그 방송을 듣고 있던 사회단체 후배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당선 덕담은 첫날만. 바로 위원님다운 매운소리 기대함다 김위원님 감기ㅋㅋ홧팅∼"

그 문자를 받고서야 사오정 답변이었음을 깨닫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리고 미상불, 이제부터야말로 새 교육감에게 '쓴소리'를 제대로 들려주어, 교육위원 본연의 임무를 시작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다음호에 '쓴소리'편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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