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주는 만큼 교부금 늘리자
인구 주는 만큼 교부금 늘리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7.12.25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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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보은·옥천·영동>

영동군민 1500여명이 어제 오후 영동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인구 5만명 사수를 위한 행사였다. 행사 참가자들은 '군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내 고장 주민등록갖기 운동'의 동참을 호소하고, 염원을 이뤄줄 희망의 풍선 1500개를 날려보냈다.

영동군의 지난 10월말 인구는 2만154세대, 5만122명이었다. 지난해말 5만819명에서 697명이 줄었으니 올들어 월 평균 70명 꼴로 감소했던 셈이다. 이 감소세가 유지될 경우 군 인구는 연내에 4만명대로 내려앉게 된다. 그러나 11월 들어 감소세가 증가세로 반전됐다. 5만146명으로 10월말에 비해 24명이 늘어난 것이다.

인구 5만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 지난 10월 영동군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구증가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인구증가대책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읍·면장들에게도 관할구역 인구추이에 따라 포상과 문책이 따를 것이라는 특별지시가 내려갔다. 11월 24명이 늘어난 것은 이 물리적인 조치의 결과였다. 특별한 변수가 없었는데도 월 70명씩 줄던 인구가 11월 갑자기 늘어난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 생활권역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기도록 해 인구를 인위적으로 늘렸을 공산이 높다.

지방, 특히 농촌 지자체의 인구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숙명이다. 솔직히 말해 영동군민들이 결의대회장에서 날려보낸 희망의 풍선들이 그 수만큼 이주인구를 불러들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향후 육군종합행정학교가 들어서고 용산산업단지가 조성돼 대규모 공장들이 입주하면 인구유입이 늘겠지만, 단기적으로 이 시대적 흐름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인구 5만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영동군과 주민들의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인구감소로 야기되는 경기침체와 농촌 공동화현상 등 필연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들이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자체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행정자치부에서 지원되는 교부금 감소와 행정기구 축소 등의 불이익이다. 행자부 교부금 배정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구를 기준으로 해서는 1명당 50만원 정도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년대 13만명에 육박했던 영동군 인구는 30년만에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감소세가 둔화된 2000년대 들어서도 연평균 1000명 안팎이 줄어들고 있으니 감소되는 교부세가 어느 정도인지 추산할 만하다. 지자체들이 외지 출퇴근 주민들에게 '살지는 않더라도 주민등록상 주소지만이라도 이전해 달라'고 애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부금 배정시 인구를 감안한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지방 군소 지자체 인구감소의 1차적 원인은 탈농현상이다. 젊은 생산인력들이 중노동과 저수익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농사를 접고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로 이주해 그곳의 하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탈농의 본모습이다. 우리네 인구이동은 단순히 사람의 거주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과실까지 옮겨가는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교부금은 대도시에 생산인력과 경제인구를 조달함으로써 상대적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 더 배려돼야 한다. 농촌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개발과 경제정책에 몰두해온 정부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농민들에게 폐원 장려금까지 쥐어주며 농사포기를 유도하고 이농을 부추기는 정부 아닌가.

끝없는 인구감소에 시달리며 악전고투하는 지자체의 인구 1인당 교부금 배정액은 2∼3배 정도 높아지고 도시와 차등돼야 한다. 그래서 영동군 같은 농촌 지자체의 행정에너지와 주민 역량이 무망한 목적이 아닌, 인구 5만벽 와해 이후를 대비하는 데 생산적으로 쓰여지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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