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로비의혹에 관한 폭로 이후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6일 삼성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김 변호사의 말을 빌려 삼성그룹의 이같은 비리내용을 폭로한 이후 불과 일주일여 만의 일이다.

당시 사제단은 삼성이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십억원대의 돈을 관리하고 있었고 이 돈은 분명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가 1000여개에 이르고 이 돈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 등 각종 선거의 불법자금으로 제공됐다고 증언했다.

삼성의 전직 법무팀장을 지낸 이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이지만, 관련 문건이나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부족해 사제단의 첫 기자회견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지난 주말 삼성그룹 차원의 로비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 포함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사항'이 기록된 문서가 공개됐다.

문서 내용을 살펴보면 돈을 받지 않는 정치인에게는 호텔 할인권을 주고, 검사들에게는 와인 등을 선물하라고 적시돼 있다.

또 삼성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에도 몇 십억 정도의 우회적인 지원방안 등이 기록돼 있다. 김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5일 제기동 성당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떡값 리스트'와 삼성의 '이재용 재산 축적과정 비리',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증인 조작' 등에 관한 자료들을 공개키로 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삼성그룹의 비리 내용을 폭로하게 된 이유와 이제까지의 상황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설명했다.

현직 검찰 최고위급도 삼성의 돈을 받았고, 국세청과 재경부 등에는 검찰보다 훨씬 큰 돈이 건네졌다고 폭로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직접 법무팀을 이끌고 증인과 증거물 등을 조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현장에 모인 200여명의 취재진들의 기대와는 달리 당초 공개키로 했던 '떡값 리스트'나 '이재용 재산축적 과정 비리',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증인 조작' 등에 관한 자료들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사제단 측은 분실 등의 이유와 기자회견장에 취재진 이외의 사람들도 있어 관련자료 공개를 미루겠다고 전했다.

이제 이번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비자금 및 검찰 고위직에 대한 뇌물 수사로 번질지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가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달려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최고위 인사를 포함해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40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지만, 현재까지 공개를 주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변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자료를 내놓는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의혹 제기 과정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소위 '카더라'식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자료일 경우 수사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자료공개 이후에나 수사의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