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공진희 부국장
  • 승인 2024.05.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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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0년대 당시 여행객들에게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하철의 치안 상태가 형편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깨진 유리창의 이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하철 내의 낙서를 모두 지우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실천하여 실제로 지하철에서의 사건사고가 급감하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2년 10월 노숙인들이 많던 서울역 부근에 국화꽃 화분으로 꽃거리를 조성한 후부터 깨끗한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설명하는 문제의식 자체는 인정하지만 과연 신호위반과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것이 살인과 강도를 예방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범죄예방을 빌미로 사소한 일탈조차 허용하지 않는 통제만능주의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이 이론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제 깨진 유리창을 마음의 창에서 살펴보자.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얼음덩어리를 품에 안고 겨울잠을 자던 계곡이 봄기운을 등에 업고 힘찬 물살을 내뿜던 어느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희야, 얼굴 한 번 봐야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목련꽃을 닮은 아가씨가 수줍은 미소로, 그 옆 목련꽃에 취한 친구는 환한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다.

얼마 뒤 그 친구에게서 소식이 왔다.

`진희야, 나 장가간다.'

식장 입구에 막 들어서다가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인근 악기점을 찾아 헤매던 내손에 팬플릇이 들려 있었다. 헐레벌떡 식장에 들어서자 바로 축가 순서가 기다렸다. 연주를 시작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하객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박수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제가 연주하면 여러분은 노래를 불러 주세요.'

그렇게 식장에는 노사연의 `만남'이 울려퍼졌고 그 노랫말처럼 이들은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식지 않는 사랑을 이어갔다.

밥벌이의 지겨움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으로 동화같은 삶을 살아내던 친구에게 간경화라는 병마가 찾아왔다.

그를 구한 것은 바로 그의 아내였다. 목련꽃 여인은 그의 남편에게 그녀의 간을 나누어 주었다.

건강을 회복한 두 사람은 더 단단해진 사랑으로 지인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문득 함석헌 선생의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가 떠오른다.

만리 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맡기며 / 맘놓고 갈 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살다보면 누구나 몸과 마음에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부부에게 상처는 `깨진 유리창'이 되지 못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두 사람에게 서로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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