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사로 뒤숭숭한 분위기 쇄신으로 거듭나야
잇단 수사로 뒤숭숭한 분위기 쇄신으로 거듭나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05.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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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인명피해와 관련해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지난달 26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16시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참사 당일 시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강이 계획홍수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이를 충북도에 알리거나 도로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해당 지하차도는 충북도 관할이어서 시청은 관리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시정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불행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당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감찰에서 사고 원인에 관계 기관의 부실 대처가 작용했다며 충북도 9명, 청주시 6명, 경찰 6명, 소방 5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8명 등 관계 공직자 3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참사 발생 전 수많은 신고와 경고에도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만큼 무더기 기소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이 시장이 기소 대상에 오른다면 시정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직자들의 직무태만과 과실에 대해서는 받드시 책임을 묻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검찰의 칼날이 도청과 시청 최고 책임자에게 향하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은 7일 “최고 책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사고가 난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충북도이고 재난안전법상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청주시장”이라며 “재난 최고책임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책임소재를 가려 잘못이 있는 공직자에겐 상응한 조처를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주시 전 도로시설과 공무원 3명도 검찰에 넘겨졌다.

역시 지난해 7월 집중호우때 3순환로에서 옆 야산의 산비탈이 무너져 주행중이던 승용차 2대가 토사에 파묻혔다.

이 사고로 20대 운전자 한명이 사망하고 동승자와 다른 차량 운전자가 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행법상 절토 사면이 2종 시설물에 해당하지만 안전관리를 위한 별도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며 해당 공무원들을 시설물안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동료 직원들이 잇따라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는 상황을 바라보며 우려되는 것은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시청 공무원과 가라앉은 조직의 분위기다.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사법기관에서 가려지겠지만 하위직까지 불안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부서 기피 현상도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시장이 나름대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겠지만 오송 참사 이후 업무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고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인사고과 점수 당근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이완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쇄신을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이 시장은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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