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선물” … 가정의 달 `카네이션 특수' 옛말
“꽃보다 선물” … 가정의 달 `카네이션 특수' 옛말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4.05.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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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지난해보다 23% 상승 … 수입산에 밀리기도
소비 트렌드 변화 거래 반토막 … 상인·화훼農 울상
첨부용.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2024.05.06. /뉴시스
첨부용.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2024.05.06. /뉴시스

 

“카네이션 꽃다발 가격이면 용돈을 더 보태드리는 게 낫더라고요.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비싸네요.”(직장인 김모씨·47)

“건강식품을 선물로 드리고 꽃 대신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카네이션 모양의 케이크를 준비했어요. 부모님도 꽃 선물을 하지 말라고 하시네요.”(주부 이모씨·32)

가정의 달인 5월 `카네이션 특수'는 옛말이 됐다. 부모님과 스승에게 선물했던 카네이션의 인기가 날로 시들해지고 있다. 국산 카네이션 가격이 수입에 비해 워낙 오른 데다 꽃보다는 용돈이나 선물이 실용적이라는 일종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까닭이다.

카네이션 거래 감소는 통계가 방증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경매가 이뤄진 국산 절화 카네이션 총수량은 3만5118속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1346속) 대비 42.7% 감소한 수치다.

2022년(7만2607속)과 비교하면 51.6% 급감했다. 거래가 반토막 난 셈이다.

총거래량과 거래액이 준 가운데 카네이션 한 단의 평균가격도 올랐다.

이 기간 올해 평균 금액은 8633원(최대가 2만원·최저가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19원(최저가 1만4100원·최저가 2110원)보다 약 23% 높게 형성됐다. 거래 감소는 꽃집에서 가장 절실하게 체감한다.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이어지는 고물가에 비필수재인 꽃의 소비가 줄면서 `어버이날 특수는 옛말'이 됐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8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거리에서 만난 상인 이모씨는 카네이션 매대에 평균가격 1만5000원대의 카네이션 바구니를 진열했지만 2시간 동안 가격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농장에서 사오는 카네이션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인상됐다”며 “손님이 이리도 없을 줄 몰랐다. 오늘 다 팔지 못하면 쓰레기가 되는데 적자만 안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근 꽃집 사장 오모씨는 “물가 인상 속에서 꽃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에 지출을 줄이다 보니 필수재가 아닌 꽃 시장이 받는 타격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카네이션 거래량이 줄어든 데에는 고물가를 비롯해 수입꽃 증가, 선물 트렌드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꼽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1~3월 절화 카네이션 수입량은 410톤으로 전년 동기(346.5톤) 대비 18.3% 늘었고 2022년과 비교하면 54.6% 증가했다.

여기에 금방 시들어버리는 생화 대신 용돈이나 실용적 선물을 하는 `트렌드의 변화'도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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