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7개 지역 상급병원 9곳 전원요청 거부 끝내 숨져
물 웅덩이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뒤 응급처치로 맥박이 돌아온 3살 아이(생후 33개월)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쯤 생후 33개월 된 A양이 보은군 보은읍 자택에서 50m가량 떨어진 과수농가의 1m 깊이의 웅덩이에 빠진 채 발견됐다.
A양은 부모가 과수원 작업을 하는 사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에게 구조된 A양은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20분 뒤 보은 한양병원으로 옮겨졌다.
한양병원 측의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약 등 응급치료를 받고 잠시 심전도 검사에서 맥박이 돌아왔다.
병원측은 오후 6시7분쯤 A양이 ROSC(자발순환회복)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치료를 위해 충북·충남·경기남부권 9곳의 상급종합병원으로의 긴급 전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청주와 대전, 세종, 천안, 화성, 수원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소아중환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A양을 받지 않았다.
한양병원으로부터 전원 지원요청을 받은 119상황실도 청주, 천안 등 대학병원 5곳에 연락했으나 모두 거부됐다.
모두 7개 지역 9곳의 상급병원으로부터 퇴짜를 받은 것이다.
그 사이 A양은 오후 7시1분쯤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약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오후 7시25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원을 수용했으나 A양이 숨진 뒤였다.
당시 A양의 이송을 거부한 한 대학병원 측은 “보은지역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중 보호자가 상급병원 이송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자가호흡이 없고, 혈압이 잡히지 않고, 맥박이 없는 상태에서 이송할 경우 이송 과정에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어 해당 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측의 설명과 달리 사고 직후 소방 상황보고서에는 `18시07분경 환자 맥박, 호흡 회복(자발순환 회복)'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 연락했던 시점에 따라 환자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며 “나머지 대학병원들도 의료진 부재, 병상 부족, 중환자실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B 병원 관계자는 “당시 일반외과 전문의가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다 한 뒤 전원을 요청했다”며 “큰 병원으로 이송했으면 소생 가능성이 좀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의 사고경위와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거부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옥천 권혁두·이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