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비행장의 오불관언
전투비행장의 오불관언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7.10.31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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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수 홍 <부장(서산·태안)>

최근 해미 제 20 전투비행장 인접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오래전부터전투기의 이·착륙때 발생하는 소음피해를 호소하며 보상을 요구해 왔다.

그래서 결성된 게 해미 20전투비행장 소음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이강협, 이하 소대위)다.

지난 97년 공식 발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회원 수도 6000여명에 달한다.

그동안 소대위는 조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최근 소대위는 조직을 재정비하며 주민들의 생존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소대위를 자극한 촉매는 지난달 대구비행장 소음피해와 관련, 주민들이 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또 최근 서산시가 이곳 비행장의 활주로를 활용한 민항기 취항 시책을 발표한 것도 계기가 됐다.

게다가 소대위는 이 비행장의 전투기 추락사고가 잦아 주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항구적으로 안전한 비행을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래서 소대위는 지난 23일 서산시와 비행장측에 항의서한을 발송,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산시에는 선 보상후 민항기 취항을, 비행장측에는 정비불량으로 인한 비행기 추락 방지책과 주민 설명회를 요구해 놓고 있다.

두 기관의 답변을 듣고 집단행동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시와 비행장측은 이번 소대위의 반발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 같다.

아직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서한 발송 이후 지금까지 두 기관은 대책위에 전화를 걸어 자제를 당부하는 정도다.

이에 대해 소대위는 "우리를 너무 깔본다"며 주민 귄익을 찾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강협 위원장은 "본래 난 큰 목소리가 아니었는데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목청을 높여 말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가는 귀가 먹어 살살 얘기하면 못 알아 듣는 병신이 됐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장 주변지역은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내 땅은 있어도 무엇하나 할 수 없는 병신 땅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이렇게 피해를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온전한 땅까지도 자식들한테는 쓸모 없는 땅으로 물려주게 됐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두 기관은 주민들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만 있어 달라는 전화만 해댄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무슨 대책은커녕 주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성의 있는 답변조차 없다고 확신한다.

소대위는 그래서 감정까지 크게 상해 있다.

이들의 요구는 대접해 달라는 게 아니라 성의와 책임있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두 기관이 벌이고 있는지, 앞으로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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