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영면한 역사 인물들
충북에 영면한 역사 인물들
  •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 승인 2024.03.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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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객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강신욱 증평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

 

“강감찬 장군 묘소가 있었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시간 내서 한 번 가보렵니다.”

얼마 전 청주에 사는 한 지인이 보내온 모바일 메시지다.

이번 주말 막을 내리는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방영에선 우리나라 3대 대첩의 하나인 귀주대첩이 전개된 고려와 거란의 3차 전쟁(3차 여요전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귀주대첩은 드라마에서 주연배우 최수종씨가 맡은 강감찬(948~1031)과 이철민 배우가 역할한 강민첨(963~1021) 두 영웅을 탄생시켰다.

강감찬의 묘소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야산에 자리했다. 이 한적한 농촌 마을 앞엔 국사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강감찬 묘소는 사후 900년이 넘도록 무덤 주인을 몰랐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에 묘지석이 발견돼 강감찬 묘소로 특정됐다. 강상원 전 옥산초등학교장은 1981년 12월 `강씨중앙종보' 62호에, 1965년 10월 30일 묘소 발굴조사로 발견한 화강암 지석에서 `姜(강)' 자를 파악했고, 다른 부장물 등으로 보아 강감찬 묘소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 뒤 이곳엔 추모비를 세우고 귀주대첩 두 영웅 강감찬과 강민첨의 위패를 모신 충현사를 건립했다.

일부에선 묘지석 판독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강감찬 묘소에 방점을 찍지 않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강감찬 묘소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문화재 지정도 되지 않았다.

강감찬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묘소가 왜 충북에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란 말이 있다. 이는 1800년대 성해응의 시문집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나오는 `생거진천 사장용인(生居鎭川 死葬龍仁)'에서 비롯했다. 진천은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엔 좋은 산이 많다고 했다. 사는 곳(양택)뿐만 아니라 죽어서 잠든 곳(음택)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의 명장으로 충남 천안 태생인 김시민(1554~1592) 묘소는 괴산에 있다. 집현전 학자이자 세조의 사돈인 정인지(1397~1478)는 고향이 서울이지만, 괴산 불정에 잠들었다.

조선 개국 일등공신인 배극렴(1325~1392) 묘소는 증평에 있다. 그는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진천 문백에 묘소가 있는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1536~1594)과 김홍도에게 그림을 가르친 강세황(1713~1791)은 서울 태생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정난공신 권람(1416~1465) 묘소는 조부(권근)·부(권제) 묘소와 함께 음성 생극에 있다.

경기 김포 태생의 임진왜란 의병장 조헌(1544~1592)은 옥천 안남에 영면했다. 대전에서 태어난 신채호(1880~1936) 묘소는 청주 낭성에 있다.

외지에서 태어났지만, 생전에 낙향하거나 죽어서 충북에 잠든 역사 인물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나 향토사학계 등이 지역 출신 역사 인물을 선정·홍보하면서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태어난 인물을 위주로 하는 경향이 짙다.

특정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 의식이 깊이 뿌리내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수백 년 동안 그 지역에 영면한 역사 인물들이 지역 출신(태생)이 아니란 이유로 등한시되는 예가 적잖다.

강감찬 묘소의 진위 여부를 떠나 위대한 역사 인물이 우리 지역에 영면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면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지금의 충북을 끌어가는 주체가 꼭 토박이만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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