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재앙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12.19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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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일본의 홋카이도 앞바다에 집단 폐사된 채 발견된 정어리 떼로 인해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홋카이도 바닷가를 뒤덮은 죽은 정어리 떼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외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특히 중국 인민일보 계열인 환구시보를 비롯해 중국신문망, 광명망, 신경보 등의 주요 매체들은 앞다퉈 해당 사건을 보도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고, 중국 검색엔진 포털 바이두에서는 인기뉴스 2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방사능 오염수 관련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정어리 집단폐사를 보도했고, 영국의 대중매체 데일리메일도 `수천 톤의 정어리 사체가 일본 해안으로 밀려왔다'는 제목으로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한 지 3개월 뒤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외에 다른 여러 나라 언론에서도 일본에서 발생한 이번 정어리 떼 죽음에 대해 핵 오염수 방출 또는 기후 재앙 등에 초점을 두면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정어리 떼 폐사와 오염수와는 무관하고, 정어리 떼가 대형 물고기에 쫓겨 해변으로 피해 오다 초래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과, 오염수 방류 전부터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은 자주 발생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해외 언론 보도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언론사를 뺀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번 일본의 정어리 떼 폐사에 대해 언급하는 일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되레 일본에서 발생한 정어리 집단폐사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정부 발표만 부각시켰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홋카이도 바닷가 정어리 떼 폐사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일본에서 수입되는 모든 수산물은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브리핑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일본의 일에 일본보다 더 앞서서 쉴드를 치는 정부가 과연 대한민국 정부가 맞는지 모르겠다. 말이라도 어떤 영향이 미칠 수 있는지를 면밀히 확인해 보겠다고 하면 어디 덧나나.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한국 정부 무슨 근거로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가!.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직접 검사해서 결과를 밝혀야 한다. 당사자인 일본 정부도 분명한 원인을 모른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무조건 안전하다고 하네!.” 등등 각종 우려를 제기하는 수많은 댓글을 올리고 있다.

필자 역시 일본 홋카이드 앞 바다에서 1톤도 아니고 수천 톤의 정어리가 떼로 폐사한 현상에 대해 재앙이라는 말 빼고는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더 충격스럽고 의문스러운 것은 수천 톤의 정어리 떼가 폐사한 일본 홋카이도 앞 바다에 공짜로 굴러들어 온 정어리를 먹기 위해 날아드는 갈매기 한 마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 정도라면 지금이라도 생태학자, 생물학자, 어류학자, 의학자, 환경단체, 방사능 전문가들을 일본으로 보내 공동조사에 착수토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이고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정부는 핵 오염수 방출국인 일본의 바다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지도 말고 가볍게 보지도 말아야 한다. 일본이란 나라가 저지른 재앙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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