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공습
알리바바의 공습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2.1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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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러다간 다 죽어.”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인데 요즘 국내 유통·제조업계가 떨고 있다. 중국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의 공습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 쇼핑 앱 이용자 수는 쿠팡이 2846만명으로 1위, SK그룹 계열의 11번가가 816만명으로 2위, G마켓이 582만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3위와 5위 기업에 한국이 아닌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이 들어섰다. 지난해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결과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613만명으로 당당히 3위, 테무가 266만명으로 5위를 차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이용객이 급증했다.

이들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은 5년여전 부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른바 가성비 제품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최근에는 품질마저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성장은 자국 시장의 저렴한 인건비에 편승한 가성비 제품의 생산과 유통 구조의 혁신을 통한 판매 단가 인하 등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보다 보통 절반, 많게는 7~8배나 더 싼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의류나 신발의 경우 국내 동급의 제품보다 2배 이상 저렴하게 팔리고 있으며 카플레이어 등 차량용품과 무선청소기 등 전자전기 용품들도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해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동안 중국 제품들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수입해서 일정액의 유통 마진을 붙여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는 형태로 유통돼 왔다.

하지만 이들 중국 현지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중국 생산자들과 직접 연계시켜서 판매하는 `직거래'를 유도하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가성비 제품'을 내놓게 됐다.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위력은 이미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확인된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미국인들의 해외직구 구매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이 온라인으로 사는 제품의 70%가 중국산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토종 유통·제조업들이다. 마동석 등 한국 최고 인기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시장 공략을 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한국에 교환, 수리까지 가능한 서비스센터를 개설하고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동급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비싼 인건비 때문에 값을 내릴 수 없는 국내 제조업이 타격을 받게 된다.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으로 하향세로 전환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난해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 위메프 등이 모두 국외 기업에 팔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이커머스 업계의 국내 공습을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며 더욱 혹독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애플의 성장사에서 보아왔던 끝없는 혁신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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