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후쿠다 일본총리
겸손한 후쿠다 일본총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1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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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영 일 <본보 대표이사 사장>

성서에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들을 대하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필자는 성서를 두루두루 섭렵하지 않았기에 이 구절을 본 적은 없다. 기독교나 불교의 경전에 대한 공부가 짧아 종교경전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오금이 저리다. 그런데 뜬금없이 성서 얘기를 꺼내는 것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진리가 일본의 정치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로 유명한 메리 케이사의 애시 회장은 회사직원은 물론 고객 더 나아가서는 누구를 만나던 항상 상대방의 머리에 '나는 존중받고 싶다'라고 쓰여 있다고 여기면서 상대를 만났다. 자신을 존경스런 눈과 태도로 대해주는 애시 회장을 싫어할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런 특유의 경영관으로 사람들에게서 존경받고 메리 케이를 튼실한 기업으로 키웠다.

애시 회장보다 한술 더떠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야당의 격렬한 비판과 공격에 맞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 또 야당의원의 올바른 지적에 대해서는 '지당한 말씀'이라고 맞장구까지 쳐주며 겸손하면서도 극진한 태도로 대한다. 후쿠다 총리의 이런 태도를 일본국민들은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인다고 한다.

일본 국민들이 후쿠다 총리에 대해 거의 열광하는 수준으로까지 되지는 않았어도 지지를 보내주는 것은 진흙탕 싸움을 일삼는 정치판에서 온건하고 소리내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생각까지 든다.

후쿠다 총리는 소속 정당인 자민당은 물론 국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총리가 된 것은 아니다. 중의원(하원)에서는 총리로 선출됐으나 참의원(상원)에서는 지지를 받지 못했다. 총리에 취임해서도 국민들은 '후쿠다가 잘해낼 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다. 이런 국민들을 후쿠다 총리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천함으로써 지지자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일본국민들은 협력과 대화를 중시하는 후쿠다 총리가 성실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야당을 대하는 처신에 대해 '헤신테토(平身低頭 몸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린다)'라 하면서 반기고 있다. 국민들은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의 선장으로 당이 중의원을 장악한 덕분에 총리에 취임한 후쿠다 총리의 앞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국민들이 최근에는 정적이자 맞수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 대표를 제치고 총리 최적임자로 손꼽기 시작했다고 한다.

후쿠다의 정치철학이 국민들에게 어필되는 것은 앞선 고이즈미 준이치로나 아베 신조 총리가 강경노선을 견지한데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보다는 자기합리화가 몸에 밴 정치인들이 많은 정치판에서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잘못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하는 후쿠다 총리의 태도를 국민들이 높이 평가하기 시작한 때문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한발 더 나가 후쿠다 총리는 내각의 장관들에게 '야당 의원의 발언에 귀 기울이라'는 말을 하면서 맞서지 말라고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 속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처럼 정말로 남을 배려하는 태도로 처신하는 정치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후쿠다 총리가 읽은 것이다.

한때 '계급장 떼고 하자', '맞장 토론하자'는 식의 우리 정치판이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들을 대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곱씹으면서 후쿠다의 정치철학을 배우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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