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 투기 피해 땅주인 … 수억대 처리비 물게 될 판
불법 폐기물 투기 피해 땅주인 … 수억대 처리비 물게 될 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6.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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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읍 공장부지 임대 20일 만에 5800여톤 적치
운반업자 적발·임차인 구속 … 배출자는 오리무중
청주시 구상금 5억4900만원 부과 … 미납 땐 압류
“연루자 찾기 소극적·임대전 처리 비용까지 … 억울”

 

“나중에 내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데 알면서 땅을 임대했겠습니까. 너무나 억울해서 잠이 안옵니다.”

불법 쓰레기 투기에 피해를 입은 한 토지주가 수억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물게 될 처지에 놓여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박모씨는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2017년 7월 전 재산을 털어 청주시 오창읍 용두리 땅을 경매로 마련했다.

자금 부족으로 공장 신축을 미루고 있던 박씨에게 인근 부동산 중개인이 임대할 의향을 물어왔다. 컴퓨터 부품 관련 사업을 하려는 임차인이 있다고 했다.

박씨는 의심없이 토지를 2년간 임대하기로 하고 2018년 11월2일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임차인의 사업자 등록증 발급일을 감안해 임대차 계약 개시일은 계약서 작성일보다 14일 늦은 11월16일로 했다.

그런데 2018년 11월25일 날벼락이 떨어졌다. 인근 공장으로부터 박씨 소유의 땅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악취 민원이 제기되자 청주시도 이때 불법 쓰레기 투기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가 찾아간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주변을 펜스로 둘러쳐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해놓고 임차인이 폐기물을 산처럼 투기한 것이다.

7600여㎡(약2300평)의 공장 부지와 인근 골프장 소유 야산은 쓰레기 8000여톤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찼다. 쓰레기가 깔리기까지 2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씨는 임차인과 쓰레기 운반업자들이 잡히면 해결될 거라고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시가 CCTV로 찾은 것은 100여 차례에 걸쳐 쓰레기를 버린 운반업자 7~8명 뿐이었다.

경찰 수사에서도 폐기물 배출자는 찾지 못했고 임차인만 구속됐다.

결국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치운 시는 2020년 7월 박씨와 임차인, 운반업자들에게 부진정 연대 책임을 물어 각각 12억3000여만원씩을 행정대집행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그러다 시는 골프장 소유 토지에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제외하고 박씨 땅에 있던 쓰레기 5800톤에 대한 구상금으로 5억4900여만원을 정정 부과했다.

박씨는 시의 구상금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가 임대 계약개시일이 아닌 계약서 작성일부터 산정해 구상금을 내라고 한 점을 들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48조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 소유의 토지 사용을 허용한 경우 폐기물이 버려지거나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에게 처리에 대한 조치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따라서 임대 개시전에 투기된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땅 주인에게 부과한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는 것이다.

또 같은 운송업자들이 쓰레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데도 시가 CCTV와 경찰 수사로 확인한 것에 대해서만 구상금을 내도록 감액해 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가 운반업자들로부터 회수한 비용은 1400여만원이다.

시는 14일까지 체납된 금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박씨에게 예고 통지를 보냈다.

박씨는 “시가 쓰레기 배출에 연류된 자들을 찾아 구상금을 회수하려는 적극적인 행정 자세를 보이지 않고 애꿎은 땅 주인에게 처리비를 떠넘기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잘못된 구상금 부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바뀌어 정확한 내용을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구상금 부과에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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