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들 겁먹으면 진다" 치킨게임 치열
세계 반도체 업계들 겁먹으면 진다" 치킨게임 치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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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속 가격 급락… 생산·투자는 오히려 공격적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보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올들어 세계 반도체 시장이 딱 히 치킨게임 양상이다.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업계는 생산 속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서로 생산이나 투자계획을 조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협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공개적으로 대만 업체들을 향해 '투자계획을 축소하라'는 경고성 발언까지 하는 등 신경전은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D램 현물시장 가격은 연초 대비 75%(512Mb DDR2 667MHz 기준) 정도 하락했다. 통상 D램 가격이 한해 40% 정도 하락하지만 올해 하락폭은 매우 큰 상황이다.

램 가격 하락은 업계 수익성을 최악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3분기에는 반전이 기대되지만 상당수 D램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은 올들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2분기 영업이익은 3300억원으로 5년 반만에 최악으로 떨어졌고 하이닉스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대만 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프로모스, 파워칩, 난야 등 대표적인 대만 D램 업체들은 지난 2분기에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처럼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계획은 공격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이 신설키로 한 300mm 웨이퍼 팹은 36개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오는 2012년까지 330억달러를 투입해 8개의 신규라인을 건설키로 하고 이미 15라인은 가동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도 2010년까지 4개의 팹을 신설키로 하고 지난 4월 청주에 M-11라인 건설에 착공한 상태다.

대만 등 해외 업체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대만 프로모스가 올해 월 6만장, 난야가 월 6만2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팹을 가동하고 파워칩은 올 하반기 착공해 2009년초 월 4만장 생산능력을 갖춘 팹을 지을 예정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호황을 누렸던 D램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계획 축소에 나서지 않는 것은 서로 다른 '동상이몽'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과 하이닉스 등은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인 반면 대만 등 후발업체들은 시장을 뺏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계획이나 투자계획을 조절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지난 2005년말에 발표한 투자계획은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도 "반도체 현물시장 가격이 급락했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고정거래가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나 생산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만 업체들은 삼성과 하이닉스가 D램 생산을 일부 낸드플래시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공백과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키몬다 등의 위축으로 발생하는 시장을 자신들이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로 현물시장에 D램을 공급하는 대만 업체들이 이 기회에 좀더 안정적인 고정 거래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한쪽이 악화되는 수익성을 견디지 못해 투자계획을 축소하는 시점까지 마주보고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동 부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11월부터 PC가 비수기로 진입하기 때문에 향후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D램 메이커들의 감산 또는 설비투자 축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증권 박정욱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도 가력하락과 과잉공급 상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위 D램 업체들이 계속 적자에 머물게 되고 현금보유가 바닥나 업계 구조조정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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