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에 꽂히다
오만가지에 꽂히다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2.12.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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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사람들은 하루에 보통 5만~6만여 가지 정도의 다양한 생각을 계속한다고 한다. 주위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며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생각이라는 것, 날마다 끊임없이 하는 그 많은 생각 중에는 어제 한 생각의 90%를 오늘도 똑같이 하며 어제와 다른 생각은 겨우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과 결과라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이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맞이하고 살아가는 것이란다.

그런데 하루 중 떠오른 오만가지 생각 중에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훨씬 많다고 한다. 우리의 생각들을 기상도로 표현한다면 맑은 날 하루에 흐린 날이 아홉 날이랄까.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 중 긍정적인 생각 1이면 아홉은 부정적인 생각들이라고 하니 새삼 놀랍기도 하다.

이것은 부정적인 뇌 신경세포와 각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교통망이 부정적으로 짜여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알쏭달쏭한 설명도 부연 되어 있다. 미국 임상심리학자 카렌N.샤노어 박사가 심리학자 6인과 함께 만든 저서 `마음을 과학한다'라는 책에 있는 말이다.

우리가 종일 골똘하게 생각하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떠올려 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는데 자질구레한 일상의 행동에는 생각이라는 것이 앞서 진두지휘하는 것을 알고 있다. 행동할 때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할 때에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므로 그 생각들이 오만가지가 넘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걱정과 근심 속에서 한시도 놓여나지 않는 우리의 생각들은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자니 당연히 생각은 더 많아지고 부정적인 생각들 또한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멍 때리는 시간'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아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어보자고 마음 먹기도 하고 노력하려고도 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못마땅한 참이기도 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 긍정적인 생각은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은 저절로 생겨난다는 것인가?

미워, 싫어, 귀찮아, 안 돼, 틀렸어, 아니야, 하지 마, 왜 나만 못살게 굴어, 형편없어, 등등 부정적인 말들을 호명해 보다가 아무래도 오만가지씩이나 될까, 의심하는 사이에 그 많은 부정의 실체, 뭉뚱그려서 쓰인 `오만가지'에 필이 꽂힌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우리 말에는 同音異議語가 많고 많다. 같은 말에 다른 의미라는 것, <오만>에는 세 가지 다른 뜻이 있다. 첫째는 傲慢이라는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또는 그 태도나 행동을 이르는 말' 둘째는 `五萬'이라는 숫자임에도 한정이 아닌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가지, 오만 개의 가짓수만큼'이라는 비유적인 쓰임을, 그리고 셋째 의미는 Oman, 즉 아라비안 반도의 술탄왕국을 이름한다고 적혀 있다.

同音異議語는 쌍둥이처럼 한 개의 단어가 다른 두 개의 뜻이 있다는 것, `오만'은 세 가지나 되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하면서 오만가지, 오만, 오만을 되뇌어보다가 퍼뜩 아래와 같은 시를 낳는다.

나무들은 오만 개나 가지를 뻗고/ 가지들은 오만 개나 잎을 달고 / 잎들은 오만 번씩 예 예 하며 사는 동안/ 부정은 오만의 알을 슬고/ 알들은 오만의 날개를 달지//

오만에는/ 종이호랑이가 건재하고/ 벌거벗은 임금님이 거들먹거리며 활보한다 하고/ 기름 냄새 먹은 모래바람이 불어간다던가//

오만 마리 종이학을 접고/ 오만 개의 길 위에서/ 오만 가지 생각들을 구기는 동안/ 푸르고 하얀 종이학의 종적은 묘연해진다//

구름에서 솜사탕을 유추하는 수법이나/ 깨알 같은 겸손의 가면 뒤에/ 거들먹거리는 오만 정떨어지는 것들//

사막이 지척에 있다//

-시 오만 장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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