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녹색에너지' 초안 공개…"EU보다 기준완화" 논란
'원전=녹색에너지' 초안 공개…"EU보다 기준완화" 논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09.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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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준 참고하되, 국내 사정 고려"
사고저항성 핵연료 2031년부터 적용

방폐장 확보 구체적 시한 제시 없어

9개월만에 원전 포함…"신뢰도 하락"



환경부가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기 위한 밑그림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녹색분류체계 초안 발표 당시 배제됐던 원전을 유럽연합(EU)보다 완화된 조건과 함께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인데, 최종안 마련까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20일 환경부가 공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따르면 원자력 연구개발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 및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공개에서는 원전이 배제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포함 여부를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EU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국내에서도 같은 방향의 검토 필요성이 거론됐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7월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안을 추진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후 EU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며 내세운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기존 핵연료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경우 적용 시점이 EU 기준보다 6년 뒤인 2031년으로 정해졌다. EU가 2050년으로 설정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경우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부지선정 절차 착수부터 37년 이내에 영구 처분 시설을 마련하는 'Y+37'년 계획을 발표한 만큼, 환경부 차원에서 다른 연도를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사정을 고려해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지만, 환경 단체들은 유명무실한 기준이라고 비판한다. 녹색분류체계는 경제활동이 환경목표 달성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데, 방사선 폐기물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을 포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환경부 안처럼 사고저항성 핵연료 적용 시점을 2031년으로 지연하게 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원전(신한울 3, 4)과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노후원전 10기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된다"며 "국내 원전들은 향후 9년간 사고저항성 핵연료 조건에 대한 유예를 받으면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동 조건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장다울 전문위원도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가 그 속내"라며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원자력에 녹색 투자가 집중돼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종의 투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녹색분류체계가 마련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원전이라는 거대 산업이 포함될 경우 녹색분류체계 자체에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이드라인이 바뀔 수 있다는 부정적 신호를 금융권에 주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내달 6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다는 계획이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초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시민단체와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며 "최대한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의견 수렴을 많이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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