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했다 간판을 바꾸면 대통령이 됩니다 즉각 그러면 그도 대권에 도전하는가라는 탄성이 나왔다 현재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포함하여 대략 30여명의 대권 예비후보가 각축(角逐)을 벌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국민적 신망을 얻고 있는 그가 대권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가 될 만한 사건이어서 모두들 귀를 쫑긋 세웠다 간판을 바꾼다는 뜻은 당을 바꾸거나 자신의 정치색을 바꾸거나 이념지표를 바꾸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간판을 바꾸면 대통령이 됩니다라는 발화는 자신의 정치색을 바꾸어서 대권(大權)에 도전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말로 들을 만했다 그럴 리는 없을 텐데라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간판을 바꾸어서라도 그가 대권후보가 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말은 이랬다 한국의 간판은 가히 관광 상품이 될 정도라는 것이다 법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하고 각종 처벌이나 규제도 도무지 효력이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간판이라는 것이다 현란하기 이를 데 없고 복잡하기 그지없으며 누더기처럼 보이는 한국의 간판은 정말이지 세계에 유례(類例)가 없다
아프리카 또는 그 어느 나라에도 한국과 같은 간판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있다면 홍콩이나 중국의 대도시 정도일 텐데 홍콩이나 중국의 도시는 한국에 비하면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이처럼 법에도 맞지 않고 보기에도 흉측할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한국의 간판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모두들 아연했다 그가 말한 간판이 정당이나 단체가 아니라 실제 간판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고 이런 말을 한 일시는 2007년 8월 25일 토요일 밤 8시였으며 이런 말을 한 장소는 충북 청원군 청소년수련원이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한국의 현실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문의에 들렀다가 우연히 참여한 어떤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지난해 희망제작소를 주제로 토의를 하다가 박원순 변호사의 면전(面前)에서 면박성 발언을 한 바가 있다 당시 나는 희망제작소라는 것이 결국 2007년 12월의 대권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 변호사께서 인정하든 부정하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범국가적 조직을 작동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그런 오해를 받을 것이다 그 말을 하면서도 박원순 변호사가 실제로 대권후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충북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로서 시민단체를 그런 식으로 동원하면 안 된다는 뜻에서 면박성의 발언을 했던 것이다
그런 연유가 있었기에 박 변호사의 간판바꾸기 발화는 순간적인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작은 일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사회변혁운동가로서의 진정성이 시킨 발화일 것이다 그는 참여연대 인권재단 총선시민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아름다운가게 등 많은 풀뿌리 시민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덩달아 그에 대한 신망도 쌓였다 그래서 자기 자신은 부정하지만 언제나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것이고 또 실제로 입각(入閣) 제의가 있었을 것이지만 한사코 거절하고 풀뿌리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척 검소하게 사는 그였으므로 언행에서 일치하는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나쁘게 보자면 개량주의나 타협주의 등의 비판이 가능하지만 대중적 신망에서만은 손꼽히는 사람이다
대권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박원순을 배워야 한다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실천함으로써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정치로 뛰어들지 않았다
지금 대권후보나 예비후보들은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희망과 신망을 얻고 있는가 아니다 급조된 희망 부실한 신망이 있는지 모르지만 진정한 희망과 확고한 신망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
모름지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신망과 희망을 동시에 가진 박원순 변호사 같은 파괴력을 가지고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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