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사각지대
편견 사각지대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5.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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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85% 이상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편견이 덜하다고 생각했으며, 단 한 명의 참가자만이 자신이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더 편향되어 있다고 답했다. 나는 정말 옆에 앉은 동료나 친구보다 편견이 적은 사람일까. 그러므로 나는 그들보다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는 사람일까.

친구들과 부부 모임 후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대개 아내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생각해보라. “○○부부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맞아, 그 남편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더라”, “△△네는 오늘 너무 눈치 없이 자식 자랑만 하더라. 밥맛이야”….

이러면서 우리 부부는 다른 부부들과 달리 괜찮은 부부라는 것을 차 안에서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부부와 △△부부도 차 안에서 당신 부부를 두고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우월함 환상

위의 친구들은 서로 나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나 부부는 인지편향(Cognitive bias)을 하고 있어 대개 자신들은 상대방보다 우월하고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남들보다 훨씬 낫다고 여긴다. 이른바 '우월함 환상`이라는 인지편향은 인생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독일의 심리학자 폴커 키츠(Volker Kitz)에 따르면 `우월함 환상'은 일종의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강점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고 한다. 때로는 선을 넘어 자신이 대단히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걸출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고 한다. 간혹 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분명히 만났거나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조사에서 직장인 중 80% 정도는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 여기고 또 능력이 뛰어나기에 동료들보다 연봉도 더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지편향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자기충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또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처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월함 환상에 빠져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탓에 개인과 가족 그리고 직장에 해를 끼치는 경우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 편견 사각지대

`나는 절대 우월함 환상에 빠지지 않아'라고 자신한다면, 남들은 다 편향적인 선입견에 빠져 판단하고 있지만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이른바 `편견 사각지대(Bias blind spot)'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인지적 편견은 알아채지만 자신의 인지적 편견은 알아채지 못한다.

심리학자 프로닌(E. Pronin)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선입견을 알아보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편견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편견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우월함의 환상'이라는 편견의 사각지대가 있다. 당장 확인해 보고 싶으면 옆의 동료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봐라. 결코 자신의 업무방식이 저 건너편에 앉은 자신의 라이벌 주무관의 업무방식 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품을 물고 팀장의 업무스타일을 디스하는 직원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라. 결국 자신의 방식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월함의 환상'에 빠지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에밀리 프로닌에 의하면 애석하게도 무척 어려운 일로 확인되었다. 다만 우월함의 환상이 늘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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