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꿈 이루길 … 7명에 새 삶 주고 떠난 청년
하늘에서 꿈 이루길 … 7명에 새 삶 주고 떠난 청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5.09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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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앓던 고 장준엽씨
대입 전 수술 앞두고 사고
뇌사판정 … 유족 장기기증

 

어릴 적부터 뇌전증을 앓아온 20대 청년이 다른 환자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 따르면 고(故) 장준엽씨(21·사진)는 지난달 27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다른 환자 7명에게 기증했다.

2001년 12월 청주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뇌전증을 앓았다. 이 탓에 학창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지만, 밝고 착한 심성을 가진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을 앓게 된 이후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7월 7일 수술 날짜가 잡혔고, 이 수술을 마치면 대학에 입학할 계획이었다.

사단은 수술 날을 두달여 앞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방에서 쉬고 있던 장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크게 부딪힌 것이다.

이틀 뒤 충북대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장씨는 닷새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결국 장씨의 가족은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

아버지 장영수씨는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숭고한 의미의 기증보다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들이 빨리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도 “장씨 가족은 장씨가 아프기 시작한 시점부터 매일 어디가 아픈지 일기를 쓰고, 잦은 수술과 병간호 속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매일 등교를 도왔다”며 “사랑하는 아들이 짧게 살아온 만큼 다른 이에게 가서 잘 지내길 바란다며 기증을 결심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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