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개정안
`검수완박' 개정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4.18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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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들어 보니 족족 맞는 말같다.

여환섭 대전 고등검찰청장이 18일 오전 대검찰청사에서 취재진을 대한 자리에서 작심한 듯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갖고 검찰에 이의제기나 항고를 제기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못하고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야 할 처지”라며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해서 검찰청을 찾아왔는데 사건을 다시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라고 하면 이에 승복할 국민이 몇 분이나 있겠나”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여 고검장은 이날 대검이 소집한 전국 고검 검사장 긴급 회의에 참석차 상경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 수원,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6개 고검장 전원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취재진 앞에서 작심한 듯 거침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종태 광주고검장도 이번 민주당의 개정안 처리 강행 움직임에 대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범죄자는 두 발 뻗고 자겠지만 피해자는 눈물과 한숨으로 잠 못 이루게 될 것”이라며 “발의한 분들이 설마 이런 세상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당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현직 검사가 대통령에게 `차라리 (검사인) 나를 경찰로 보내달라'는 글을 올려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43·사법연수원 38기)는 18일 검찰 내부 소통 채널인 `이프로스'에 `문재인 대통령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님께 간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해 초 문 대통령으로부터 텔레그램 n번방 수사 등 여성아동범죄 엄단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받기도 한 차 검사는 대통령에게 “개정 형사소송법 제217조가 어떻게 개정돼 있는지 만이라도 한 번만 읽어 봐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7조 2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1항(체포 후 24시간 이내 긴급 압수·수색·검증) 또는 216조 1항 2호(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라는 문구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이라고만 명시했다. 검사가 범죄 관련 증거를 압수·수색·검증하지 못하게 하고 영장도 청구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검사는 헌법 12조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민주당의 검수완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번 회기에 처리하려는 개정안의 명분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거머쥔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과거 기소독점권과 수사권을 남용해 국민 권익 침해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 결과 야기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은 혼란스럽다. 앞서 여환섭 대전고검장이 지적했듯이 경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또 재수사를 경찰에 맡길 것인지, 차 검사가 지적했던 개정 형사소송법의 위헌 소지 여부 등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법조계와 사회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공청회 조차 거치지 않고 여당이 현 정권 임기내에 밀어부치려 하는 검수완박 개정안. 단 석 달만이라도, 아니 한 달만이라도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론 수렴 절차를 밟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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