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 주는 만큼 크는 아이들
믿어 주는 만큼 크는 아이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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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희 <청원 수성초등학교 교사>

개성이 다양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교단생활인 것 같다.

우리 반에 경원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10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폭력적인 편이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과 다투고 꼭 울리고야 만다. 또 친구를 주먹으로 때려 눈을 밤탱이로 만들어 버리기도하고, 다투다 쓰레받기를 집어던져 눈가를 다치게 하고, 사소한 일에 스스로 화를 못 참고 일기장을 집어던지고, 어떤 아이를 화장실에서 밀어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뜨려 다치게 하기도 하고….

나의 인내심이 바닥으로 치닫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나는 점심시간에 다른 아이들을 급식소로 보내고 밥을 먹게 한 후, 경원이만 남겨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애들이 모두 너를 나쁘게 이야기하고, 선생님한테 매일 혼 나고. 그래서 싫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선생님은 네가 그동안 친구들과 싸우거나 친구를 때렸을 때, 항상 네 말을 먼저 들어주었잖니? 난 너를 믿었기 때문이었단다. 기억나니? 난 너를 잘 키우고 싶다. 너 말고도 다른 애들도 똑같이 내 자식들이지만, 너도 내 자식이다. 모두 올바른 길로 가게하고 싶다. 네게도 그러하다.”

난 경원이를 슬그머니 안아주었다. 그제야 경원이도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흐느껴 울면서 내 허리에 손을 올려 나를 안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경원이는 아침자습도 잘하고 일기도 빠뜨리지 않고 썼다. 수업태도도 눈에 띄게 차분해졌고, 어느 누구와도 다투지 않았다.

쉴새없이 경원이의 그릇된 행동을 이르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골치 아픈 아이를 내 편으로 만들어 매 순간 훈계하고 혼내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다고 생각하게 된 이후, 아이의 행동에는 분명 변화가 있었다. 내 품에서 눈물을 흘리던 경원이의 모습을 보자, 나도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 놀이방에 있을 아들놈 생각이 났고, 경원이를 내게 보내고 자식 생각하며 일본에서 일하고 계실 경원 엄마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그 날 이후, 내 마음 속에는 경원이를 짝사랑하는 것 같은 가슴 아림과 함께 끊임없이 경원이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마음의 눈이 생겼다.

나도 내 마음이 신기할 정도다.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커지고 훈계보다는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아이들에게 더 따뜻한 사랑을 주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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