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퇴출만 하면 교육문제는 끝날까
교사 퇴출만 하면 교육문제는 끝날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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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을 석 초등위원장 <전교조 충북지부>

지난달 21일 토요일에 방학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방학 3주째인 현재 4종류의 연수를 받는다. 2일짜리 3개와 5일짜리 1개. 주 5일 근무제로 따져 보면 15일 중 11일 연수를 받는 셈이다. 중간에 학교근무도 하루했다. 짬짬이 전자문서시스템에 접속해 공문처리를 하고 있다. 이런 저런 회의에 얼굴도 내밀었다. 꼭 보고 싶었던 책은 고작 5권을 읽었을 뿐이다. 남들 다 간다는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 냈다.

이렇듯 바쁜 것이 나만 그럴까 방학 중이라고 담당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2학기 준비도 있는 터수에,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의무적인 것이든 연수라는 이름으로 대다수 선생님들이 도처에서 배움에 진땀을 흘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바쁘게 방학을 보내고 있다.

도교육청이 7월 중순에 내보낸 '여름방학은 선생님들도 배우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는 한 증거라 하겠다. 자료에 따르면 직속연수기관에서만 2500여명의 선생님들이 연수를 받는다.

하긴 선생님들이 연수를 많이 받고 있다는 또 다른 통계도 있기는 있다. 2005년도 발표통계에는 충북의 1만 3000여 교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6000여명이 공식연수기관에서 연수를 받았다. 물론 이 연수에는 회의와 함께 이루어지는 각종 연수, 교원 개개인이 비공식적으로 민간단체나 기관 및 학원 등으로부터 받는 연수와 학교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연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먼저 배우지 않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선생님들의 배움은 학생들의 배움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자 교육발전의 기초이기도 하다. 이런 견지에서 선생님들이 받는 각종 연수통계는 교육의 향상을 나타내는 긍정적 지표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우리 교육의 질 향상은 입시위주의 교육 철폐, 교육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과 더불어 교원양성체계 개선, 부단한 현직연수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일부 문제교사를 부각시켜 마치 전체가 그러한 양 호도하고 교사들을 통제하며 구조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우리 교육이 향상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나 정치권, 언론은 교원평가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여러 불만을 해소할 상징적 희생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교원평가 시범학교 평가결과에 대한 신문기사들은 단적으로 그런 입장을 노정하고 있다. '너무 후한 교원평가'라거나 '교원평가제 실효성 우려'라며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탁월'이나 '우수'는 너무 많고, 반면 '미흡'이나 '아주 미흡'은 너무 적다. 그러니 퇴출예비군이 일정비율이 되도록 수치화하라는 투다.

근무평가, 성과급평가, 학교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평가까지 해서 1년 내내 평가만 할 것이냐라는 국회의원들의 문제제기에 교육부나 언론도 이렇다할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교육 불만이 제기되는 각종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무능하게 묵묵부답이다. 교육문제를 교사문제로 환치시키고 교원평가를 통해 퇴출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꿩이 제머리를 숨기고 총알이 날아오는 현실을 외면하려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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