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무더운 여름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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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 훈 관장 <청주사회복지관>

장마가 끝나고 햇볕이 대지와 사람들을 삼킬 듯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밤엔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며 뒤척이기 쉬운 밤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밤잠을 못 이룰 때면 어릴 적 마당에 모기를 쫓기 위해 쑥을 태우며, 우물가에서 이빨이 시리도록 차가운 우물로 등목을 하고, 시원한 수박 한통이나 복숭아 한 소쿠리 씻어 놓고 동네사람들이 평상위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더위를 쫓던 시절을 생각하며 그 시절이 왜 그리 그리운지 모르겠다.

요즘 낮에 외근을 할 때 등과 겨드랑이에 땀이 차 축축해지면 그 괴로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물론 집에서 살림을 하는 가정주부들도 전기세가 아까워 낮에는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더위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다. 이렇듯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밤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음식으로 여름더위를 이겨내는가 하면, 시원한 생맥주집에서 맥주 한잔으로 더위와 피곤함을 달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삶의 여유와 풍요를 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요 삶의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부모의 이혼과 사망, 질병, 알코올 중독, 부적절한 양육, 방임 등의 복합적 문제를 갖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우리의 무관심속에 그들은 바람도 통하지 않는 골방에서 이 여름을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 아이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신이 주신 생명으로 그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자기 가족과 자신의 행복만을 지키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이제 순수하고 가녀린 아이들의 소리 없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지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이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남몰래 도울 수도 있으며, 이모나 삼촌처럼 가끔 반찬거리도 해다 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생활지도를 해주는 방법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어려운 경우 복지관과 같이 전문적 복지사업을 수행하는 곳의 사업을 후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종종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월 1만원씩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후원금을 기부해 달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흔쾌히 약정서를 써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은 아직 먹고 살기 힘들어서 다음에 하겠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분들이 만족할 정도로 잘 먹고 잘살 때 남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분에는 회의적이다.

남을 돕겠다는 것은 이미 잘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이 무더운 여름 이웃을 위해 마음을 조금만 열면 사랑의 바람이 솔솔 불어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휴가비의 5%만 절약해 이웃을 돕는다면 바람도 안 통하는 골방에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올 여름 행복하고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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