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고 칭송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신뢰하고 칭송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2.02.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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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TV를 켜는 습관은 여전하다. 밤사이 일어난 일들을 전하는 아침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기 마련인데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요즘에는 애꿎게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다 그만두는 때가 많고 많다.

코로나로 인하여 2년여 동안 우울하게 시달리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대선판의 불협화음은 더더욱 우리를 답답하고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원망스런 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겨워서 채널을 돌리게 하는 세태를 어찌해야 하는가? 돌리는 것이 능사도 아닌데 말이다. 정치 혐오감만 주는 사태, 알 권리도 좋고 잘못은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요즘 같아선 모를 권리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네거티브는 인제 그만 좀 하지 않으면 안되나? 일제와 6.25 등, 격동의 세월을 건너오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알면서도, 혹은 깨닫지 못하면서 저지른 실수나 작은 죄 같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도긴개긴인 걸 후벼 파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판을 고발하고 싶다. 선거고 뭐고 거부할 수 있다면 거부하고 싶다.

풀뿌리 국민들은 정권교체네 정권 유지네 하는 파벌싸움엔 추호의 관심도 없다. 국민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면 된다. 이렇게 소박한 꿈을 꾸는 국민들 위에서 정치꾼들은 너무 한심하다. 저렇게 물고 뜯고 상처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된 후보자들, 대통령이 된들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

국민을 잘살게 해줄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즐거운 선거가 되기는커녕 짜증스럽고 진절머리가 난다. 역사가 뒷걸음치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신뢰하고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은 것이다.

몇 년 전에 태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비행장에 막 내려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데 거리마다 커다란 초상화가 걸개그림으로 나붙어 있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푸미폰 라마 9세, 태국왕의 초상화였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낳고 자란 나의 선입견은 국민 아닌 관의 주도로 떠받들어지는 왕을 상상하며 민주주의 우월성을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짐작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태국 국민들은 푸미폰 왕을 제왕으로 섬기며 존경과 사랑은 신으로까지 추앙하고 있었다. 그는 스위스에 유학하여 법률과 경제 등 왕이 되기 위한 공부를 했고 모국에 돌아와 왕이 되어선 오직 국민들을 가족처럼 살폈다고 한다.

왕실 프로젝트에 의거 동네마다 알맞은 사업을 하게 하여 잘살게 하도록 하는가 하면 나라 안의 그 많은 병원들마저 모두 왕실재단에서 설립하고 운영하게 하는 등 백성을 위해 산 푸미폰 제왕.

왕, 하면 삼천궁녀나 주지육림이 떠오르지만 다른 왕들과는 달리 여인도 단 한 사람 스위스에서 공부할 때 만난 스리키트더야가나 왕비만 사랑했다는 맏기지 않는 올바른 처신 등등.

또 동남아국가에서 유일하게 강대국의 침략도 받지 않게 현실정치의 조정자 역할마저 잘해낸 제왕, 그는 살아선 대왕이라 일컬으며 살아있는 부처, 전 국민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한몸에 받았다.

국왕을 아버지로 여기며 존경과 사랑으로 칭송하는 태국 국민들이 부럽다.

우리도 온 국민이 추앙하고 사랑하며 신뢰하는, 온 국민의 아버지가 될 대통령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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