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애트나화산과 신들이야기
80.애트나화산과 신들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0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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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명령으론 화산 폭발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며 가장 많이 폭발을 한 화산은 어디일까, 시칠리아 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높이가 3353m로 우리나라 백두산보다 훨씬 높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기도 하다. 기원전 1500년쯤에 첫 폭발이 있은 후 지금까지 190번의 폭발로 가장 많은 용암 분출을 기록했다. 역사이래 쉼없이 살아 생동하는 화산이기에 많은 문학자와 철학자들이 화산을 찾았다. 헤시오도스는 에트나의 폭발을 주제로 시를 썼고, 플라톤은 에트나 화산의 장관을 보기 위해 그리스에서 달려왔다고 한다.

화산 아래 대장간에 사는 '불카누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그리스어로는 헤파이스토스)는 에트나 화산에 산다. 그는 추남인데다 다리까지 불구라 뭇 신들이 사는 올림푸스 산에서 살지 못하고 에트나 화산 아래의 대장간에서 살았다. 쇠붙이 벼리는 기술의 원조는 퀴클롭스 삼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제우스에게는 벼락을 만들어 주고, 하데스에게는 모습을 감추게 하는 투구를 선물했다. 포세이돈에게는 바람과 비와 구름을 다스리는 데 요긴한 삼지창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불카누스가 이들에게서 기술을 배웠으나 기술을 배운 다음에는 이들을 조수로 데리고 썼다. 신들 중에서 가장 부지런했던 불카누스는 제우스의 번개를 만들어 주었으며, 큐피드의 화살과 프로메테우스를 묶을 쇠사슬을 만들기도 했다.

불카누스의 이름은 화산을 뜻하는 볼케이노의 어원이 되었다. 이는 불카누스의 대장간이 있던 곳이 에트나 화산이었던 점과 조수인 퀴클롭스 삼형제의 이름이 벼락, 번개, 천둥이었던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정한 거인' 엔셀라두스

불카누스가 살기는 했지만 에트나 화산의 진짜 화산신은 거인 엔셀라두스이다. 에트나 화산은 엔셀라두스가 쉬는 장소이며, 화산 폭발은 그가 큰 숨을 내쉬는 것이다. 지진은 그가 몸을 움직일 때 일어난다.

에트나의 화산폭발은 대부분 용암의 흐름이 완만한 산 정상 부근에서 일어나기에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래서 시칠리아 섬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을 '다정한 거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을 섬겼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화산활동도 하나님의 권능아래 움직인다고 믿게 된 것은 에트나와 베수비오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기독교 성직자들이 에트나 화산과 베수비오 화산 아래에 있는 도시를 화산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는다. 기독교 성직자들로 인해 에트나와 베수비오에서 폭발한 용암이 도시를 덮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카타니아 마을 지키는 '성아가사'

에트나 화산 기슭에 있는 카타니아 마을을 지켜주는 성자는 성 아가사이다. 기독교 수난시대의 순교자였던 성 아가사는 로마 군인들에 의해 달군 쇠로 가슴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하지만 성 베드로가 하룻밤 만에 상처를 아물게 해주었다. 성 아가사가 순교한 지 1년 후인 253년에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용암이 도시로 흘러내리는 것을 본 주민들이 성녀의 무덤을 덮고 있던 베일을 용암이 흐르는 쪽으로 펴 놓았다. 그러자 용암이 갈라지며 흐름을 멈추었다.

용암 흐름 막는 '성 야누아리우스'

나폴리의 보호 성인인 성 야누아리우스는 기원 305년 나폴리의 북동쪽 마을에서 로마황제 디오클레티안의 박해를 받아 순교했다. 나폴리에서는 베수비오 화산의 분출이 일어날 때마다 성 야누아리우스의 유품을 앞세우고 종교행사를 하면 용암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1년 대 분출이 있었을 때, 주민들은 수호 성자의 유품을 안고 거대한 용암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린 끝에 이들은 구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에트나의 가장 큰 화산폭발은 1169년과 1669년에 있었다. 1169년 폭발 때에는 성 아가시 수호성자의 보호를 받았으나 1669년에는 실패했다. 주민들이 성 아사가의 유품으로 구원을 요청했지만 효력을 보지 못했다. 카타니아의 3분의1이 용암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이후 빙하로 형성된 퇴적층에 구멍을 뚫어 용암의 흐름을 바꾸려고 시도한 끝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폭발은 2001년 6월로 이때 분출된 재가 사하라 사막까지 날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기들이 섬기던 신보다 하나님의 힘이 더 세다고 생각한 곳은 에트나와 베수비오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1600년 페루의 오마테 화산의 폭발로 인근의 한 마을이 화산재로 온통 뒤덮여 암흑천지가 되고 말았다. 개종해서 하나님을 믿던 원주민들은 세계의 종말이 왔으며, 인간의 죄악을 응징하는 하나님의 분노라고 믿었다. 이들과 달리 하나님을 믿지 않던 인디오들은 화산폭발이 침략자인 스페인 사람들을 저주하는 화산신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인디오의 주술사들은 그들의 화산신이 오마테 화산을 도와 근처에 있는 미스티 화산도 폭발하게 만들어 스페인 사람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주술사의 예언과 달리 미스티 화산은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미스티 화산은 절대로 폭발하지 않습니다. 화산이 기독교로 개종했고, 성 프란시스코라는 세례명을 받았기에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화산폭발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독교 수도사들이 전하는 말처럼, 그때까지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았던 많은 인디오들이 하나님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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