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이 되던 작년 1월 첫째 주 일요일부터 속리산 천왕봉을 출발점으로 해서 한남 금북정맥 종주를 시작했다.
정기산행일을 빼곤 매주 일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24구간 산행을 이어간 끝에 지난해 5월 말에 종주를 마쳤다.
그리곤 곧이어 `충북 백두대간길' 종주에 나섰다.
남한의 백두대간 24구간 전 구간을 고희를 넘긴 늙은이들이 종주하기엔 너무 벅차다.
그래서 한 구간을 12~15Km씩 다시 소분할해 6월 첫째 주부터 야무진 산행을 시작했다.
무탈하게 이뤄지던 북진은 10월 중순쯤 희양산에서 내가 실족사고를 내는 바람에 중단되고 말았다.
무릎의 늘어난 인대가 회복될 때까지 병원치료를 받느라고 해를 넘겼고 올 3월이 돼서야 다시 북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친구의 허리 협착증 탓에, 또 한 친구의 타박상, 그리고 이어진 나의 두드러기 발진으로 종주는 기약없이 미뤄졌다.
너무 오랜 휴면기간이었다. 추석을 보내고 종주를 다시 이어가려 했으나 근육에 힘도 빠지고 근지구력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워밍업 겸 트레이닝을 위해 지난달부터 근교의 單山을 선택해 산행을 시작했다. 10Km 이상 되는 산행코스를 골라야 된다.
청주시가 우암산과 상당산에 만들어 놓은 3곳의 트레일 코스를 잡았다.
그 첫째가 `상당산 둘레길'이다. 상당산성의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코스이다. 이것은 4Km 미만 밖에 안 되니 운동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가 `우암산 걷기길'이다. 제2순환도로의 생태터널에서 출발해 청주박물관, 용호사, 청주향교와 마음의 숲을 지나 삼일공원까지 간다. 그리고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수암골전망대를 지나 청주대 후문과 말탄재를 넘어 생태터널까지 트레킹하는 코스이다. 전체 구간거리는 10Km 넘지만 동네를 통과하고 포장도로를 5Km 이상 걸어야 하는 아주 무성의하고 청주시민을 우롱하는 산책길이다.
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청주시 공무원을 향한 푸념이 나왔다. 조금만 신경 쓰고 예산을 조금 더 배정했더라면 저 지경은 안됐을 텐데 말이다.
이정표도 그렇다.`우암산 걷기길'을 처음 도전했을 때 길을 잃고 포기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서너군데에서 길을 잃었다. 오기가 나서 다시 나선 세 번째 도전에선 아예 등산 네비게이션이 내장된 트랭글을 켜놓고 따라갔다. 그래도 길을 못 찾는 곳이 있었다. 끝내는 친구와 네번째 나선 산행에서 코스를 완주할수 있었다. 이런 사정은 충북도가 개발해놓은 `대청호 둘레길'도 마찬가지다. 트레킹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대전광역시에서 설치해놓은`대청호 오백리길'표지판은 안목도 있고 고급스럽고 정성이 엿보인다. 초라하고 무성의한 충북의 표지판과는 비교가 안된다.
지난 일요일(10일),`오르리트레킹클럽'회원 겸 친구 세 명이 세 번째 코스인`상백상 둘레길'을 트레킹했다. 상당구 상리에서 출발해서 백화산, 상당산을 찍고 미호문에서 다시 상리로 한 바퀴 도는 9.6Km, 1만5000보의 둘레길이다.
이 코스는 나름 마음에 들었다. 습하고 잡초가 많거나 험한 트레일에는 마대를 깔아 놓았고 여러 곳에 데크도 설치돼 있었다. 이정표도 깔끔하게 필요한 자리에 세워져 있다. 덕분에 길을 잃지도 않았고 적당한 거리에 벤치가 있어 쉬기가 편했다. 상큼하게 트레킹을 끝낸 기분좋은 하루였다.
그래서 청주시장님과 공무원들께 간곡히 요청을 해본다. 우암산에`근린공원 조성사업공사' 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던데,`누죽걸산'이라 했습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고 합니다. 청주시민들이 상쾌하고 기분 좋게 숲길을 걸을 수 있게 `우암산 걷기길'을 새롭게 조성해주십시오. 위험구간에는 난간도 설치해주시고, 지반 토질상태가 안 좋은 곳에는 마대도 깔아주시고, 암벽구간이나 계곡을 건너는 곳에는 데크도 설치해 주시고, 곳곳에 이정표와 쉼터를 조성해 시민들이 틈만나면 우암산을 찾는 `걸산'을 만들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