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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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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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살리기 해답은
이 재 경<부장(천안)>

가뜩이나 대형 할인점들의 '득세'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천안지역 재래시장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인근에 상권의 50% 이상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할인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천안시가 재래시장 경기위축을 우려, 갖은 행정력을 발휘해 문제의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막으려 했지만, 최근 충남도 행정심판위가 시의 불허방침에 반발해 소를 제기한 업주측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그래서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천안 도심권의 재래시장은 천안역 앞과 옛 시청사 주변으로 네 곳이 밀집 분포돼 있다.

광복 전부터 불과 10년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들 재래시장은 지난 1999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해 까르푸(현 홈에버)가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농심그룹의 메가마트, 이마트, 롯데마트가 차례로 들어서며 4개 재래시장의 매출은 80% 이상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들 5개 할인점들(롯데마트는 2개 점포 운영중)의 매출 총액이 4500억원에 이른다하니 재래시장 상인들이 할인점에 대해 갖는 감정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때마다 재래시장 살리기가 단골 공약으로 나온다.

지역구 시의원 선거에서부터 시장,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마다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호언을 했다.

재선 시장이 수장으로 있는 천안시도 벌써 6년째 재래시장 경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까이 청주에 있는-재래시장 부활의 성공적 사례로 잘 알려진-육거리시장에 공무원들을 파견해 벤치마킹을 시키고 비가림시설, 노점상 정비, 주차장 확충, 상품권 도입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봤다.

그런데 상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무신통이다. 애써 주는게 뭔가 고맙기는 한데 그다지 나아지지가 않는다.

해마다 추석과 설날이 지난 뒤 재래시장 명절 상경기 동향을 취재하면서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1년 전 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왜 그럴까.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할인점의 장점을 떠올리면 쉽게 해답이 나온다. 접근성이 그럴 것이고, 편리성이 뛰어나다. 차를 타고 휙∼ 가서 매대에 잘 펼쳐진 상품을 카트에 손쉽게 담아 카드로 계산을 하고 빠져나오면 시장 끝!

이런 편리성이 신세대 주부들은 물론 50대, 60대 남성들까지 할인점을 찾게 한다. 그럼 상품경쟁력은 어떨까. 할인점 상품들이 재래시장보다 나을까.

그건 아니다. 할인점이 구색을 많이 갖춰놓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재래시장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을 터이다.

지난 주말, 아내와 천안 중앙시장을 찾았다. 아침 식탁에 올려질 한끼 분 찌개 재료를 사러 간 아내는 '양을 달라는 대로 주는' 몇몇 할머니, 아주머니의 좌판에서 몇백원 단위의 신선한 채소류를 구입한 뒤 할인점에 대한 불만을 말한다.

"꼭 묶음단위로 팔아 돈을 낭비하게 하고,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사게돼 음식을 하고나면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300원, 500원어치 부추와 고추 등을 사는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시장을 본 후 단골인 M보리밥집엘 갔다. 20평이 조금 모자란, 식탁 7∼8개 정도인 식당이 꽉찼다.이 식당은 20년간 메뉴로 보리밥 하나만 팔아왔다.

식사를 하며 곰곰이 재래시장에서 꿋꿋하게 선전하고 있는 업소들을 떠올려 봤다. 개업 후 30년은 넘었을 P냉면, 대물림을 한 간판도 없는 시장통 만두집, 점심때 서서 기다려야하는 S순대, 엄마가 학창시절 입고 딸까지 권해준다는 맞춤 학생복의 대명사 E교복, 단골만 100명이 넘는 30년 전통의 A포목사, 시장 초입에 줄이어 늘어선 전통의 제수용품점들….

할인점을 전혀 무서워하지않는 이들만의 경쟁력에서 뭔가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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