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라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라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1.09.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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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하늘 삼매 중이다. 지중해 에메랄드빛 바다를 떠올리는 가을 하늘은 그대로 청아한 문장이다. 삶을 무겁게 하는 대지의 욕망을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걸면 어느새 자리한 평온한 고요, 도심 속 뭉친 근육을 풀기에 저만한 공간이 또 있을까?

몇 해 전 어머니마저 하늘로 난 무지개다리를 건너신 이후 이젠 하늘이 심리적 안전기지의 공간으로 생물학적 고향을 대신한다. 대지의 어머니 올라가시고 먼저 가신 하늘의 아버지가 손잡으셨으니 우주 그대로 큰 고향인 까닭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마법을 부려야 할 시간이다. 도 교육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행복교육의 목적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글쓰기의 마법' 강좌를 맡았다. 주로 학교에서 초·중·고·대학생들 대상으로 독서 토론논술을 병행한 글쓰기 강의를 해오던 터라 이번 학부모 대상과 성인 글쓰기 강좌는 유감없이 해 볼 수 있는 기회라 매우 설렌다.

올바른 독서와 글쓰기 이전에 무엇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데 문제는 기성세대가 무의식으로 학습해온 선과악의 가치 개념과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의식 전환 과정이 시급하다. 우선 누구나 알고 있는 전래동화 `은혜 갚은 까치', `선녀와 나무꾼', `백설 공주'를 분석 텍스트로 삼고 20여 개의 예시 PPT를 만들었다.



“선비는 왜 까치를 선, 구렁이를 악이라고 보았을까요?”

“선녀는 왜 하늘로 갈 수밖에 없었을까요?”

“백설 공주의 새 왕비는 왜 자꾸 거울을 보는 걸까요?”



예상대로 인간중심의 선과악, 가부장 중심의 선과악, 남성 중심의 미추 개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각하는 웅성거림이 강의실을 메웠다. 우리가 선과악의 표준으로 학습한 전래동화에 깃든 폭력을 지나치는 한 차이는 계속 차별로 대신할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개선 과정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유교를 핵심도덕으로 배운 “라떼는 말이야”의 기성세대의 가치를 점검하지 않는 한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과 원활한 소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는 변한다. 로마 바티칸 중심의 가치였던 천동설이 훗날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새로운 가치로 발견되었듯 여전히 우리 사회엔 무의식으로 흐르는 잘못된 기준들이 많다. 지구 안의 생태물리학을 유기구조로 이해하지 않고는 모두가 행복한 수평 세상을 이루기는 어렵다.

시대를 통찰한 코페르니쿠스적 사고 전환이 필요한 후에 글쓰기는 독서와 나란히 가야 할 항목이다. 1강의 주제로 `세상을 읽는 기준을 바꾸다-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라'의 구성은 독서와 글쓰기 전 선결되어야 할 의식 포맷이다. 토의 과정에서 시점 바꿔보기를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주체의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생명의 저울을 수평으로 인식한 만큼 첫 강의는 성공이다.

1강의 목표가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여 뇌를 새롭게 포맷하는 시간이었다면 2강은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을 필사해온 것을 참고하여 첫 문장 세 줄을 작성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글쓰기를 통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을 누려갈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평생학습은 사상이 건강한 자아로 거듭나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척도이다. 그 시작은 탈 진리, 세상을 읽는 기준을 바꾸는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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