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의 소리
절규의 소리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1.09.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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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예사롭지 않은 소리다. 잠시 창을 내다보던 중 직박구리 두 마리가 정신없이 날며 힘껏 내는 소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노랫소리로 넘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동안 집 주변에 있는 나무 위로 자주 놀러 왔기에 낯설지 않은 탓도 있었다. 이번에는 무려 한 시간이 지나도록 떠날 줄을 몰라 한다. 집 안에 있는 나를 향해 애원하듯 부르짖는 형태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가 보았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과는 허물없이 지내는 처지인지라 급한 마음에 뒤란까지 들어가고야 만 것이다. 위협을 하듯 직박구리는 머리 위로 활공을 하느라 바쁘다. 깃을 세운 체 뿜는 소리는 분명 무슨 뜻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뒤란을 훑으며 구석에 있는 나무 위까지 올려보아도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나름대로 급해졌다.

다시 한 번 촘촘히 둘러보기로 했다. 담 밑둥치에 무엇인가 보인다. 바로 직박구리 아기였다. 미처 날개도 펴지 못하고 더운 날씨에 입만 벌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거였다. 이제야 이유를 알아차린 것이다. 부모인 듯한 새가 왜 그렇게 요란할 만큼 뾰족한 소리로 나를 향해, 허공을 향해 부르짖었던 뜻에 대해서다. 그동안 무심코 여겨왔던 새들의 소리는 노래로 들려왔건만 이번만은 울음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내 머리 위로 더 낮게 날아든다. 주춤거리다가 옆집 주인을 부르고야 말았다. 그분은 원래 길고양이들에게도 매우 호의적인 분이기에 나보다는 다가서기 좋을 듯싶어서였다. 어쩌다가 제대로 날지 못하는 새끼를 떨어뜨렸는지 염려의 표정이 역력하시면서 궁리를 곧바로 행하신다. 새가 내려앉기 쉽고 그늘진 곳에 넓은 종이박스를 둔 다음 물과 함께 새끼를 고이 안아다가 넣어주셨다. 아기를 구출해가기 좋을 거라는 그분의 재치가 돋보였다.

시간이 좀 지나고서 나가보았다. 옆집주인과 박수를 쳤다. 아기 직박구리를 어떻게 옮겼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부모 새가 데리고 갔던 것이다. 아마 둘이서 입에 물고 날아갔지 싶다. 얼마나 기쁜지 졸이던 마음이 가뿐해졌다. 이제 그들만의 둥지로 돌아가서 숨을 편하게 몰아 쉴 모습마저 연상되고 있다.

우리는 늘 상 거론되는 화두로 옮겨갔다. 제 자식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사건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한지 공분케 하는 현실에 대해서다. 급속도로 발전한 사회생활 속에서 마르지 않아야 할 것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거듭 성토해 냈다. 지나칠만한 자연의 흐름에서 커다란 이유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한 점의 화폭이 되어 주었다.

직박구리의 간곡했던 울음소리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저런 새들도 자식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며 살거늘, 간혹 사랑과 의무를 버린 비정한 부모의 얘기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서 작게나마 들려오는 신음소리는 없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되새겨 보았다. 절규의 소리가 오늘 눈으로 확인했던 직박구리 울음 뿐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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