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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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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과 로스쿨
김 영 일 <본보 대표이사 사장>

내일은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의 헌법은 미군정하인 1948년 5월 10일 UN의 감시아래 치러진 선거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만들었다. 5월 31일 개원한 초대국회에서 헌법초안을 심의해 7월 12일 본회의를 통과시켰고 조선왕조의 건국일인 7월 17일에 맞추어 공포됐다.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시행함에 따라 국경일로 정해졌다. 제헌절은 올해까지는 공휴일이나 내년부터는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바뀐다.

헌법이 초대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이승만 국회의장은 "삼천만 민족이 지난 40년 동안 남의 법률 밑에서 살아왔습니다. 오늘 우리 민족의 대표들이 자유선거로 여기에 모여서 삼천만을 대표하는 민의를 받아서 이 헌법을 제정한 것입니다. 우리 헌법의 제정은 실로 해방의 기쁨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만 의장은 헌법이 공포된 지 사흘만인 7월 20일에 국회에서 실시된 정·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이것이 제1공화국의 시작이며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완전하게 되찾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헌법은 제정 이후 아홉 차례 개정을 거쳤다. 지금의 헌법은 헌법사상 처음으로 여야합의에 의한 개헌안이 마련되었고, 1987년 9월 12일에 국회의결을 거쳐 10월 27일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확정됐다. 이 헌법에따라 제6공화국이 탄생했으며, 현재의 헌법은 20년간 유지되고 있다. 48년 제정 이후 아홉 차례의 개정을 거치는 동안 가장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헌법은 6월 항쟁과 6·29선언의 산물이다. 당시 제5공화국 정부는 기존 헌법을 고수(대통령간선제)하겠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것이 쟁점이 되어 민주항쟁을 촉발시켰다. 국민적인 열망(직선제)에 따라 6·29 항복선언이 나왔고, 이로 인해 개헌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렇게 탄생된 지금의 헌법을, 그 법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이라고 조롱까지 했다. 지난달 참여정부평가포럼에 참석한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을 선관위로부터 몇 차례 받자 헌법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청와대는 호된 질책을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받았다. 취임식에서 헌법수호 선서를 하는 유일한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니, 국민들이 그냥 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2013년이면 사법고시제도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 자리를 로스쿨(law school)이 대신한다. 일반대학의 4년 과정을 마친 학사들이 로스쿨(3년의 석사과정)을 거쳐 변호사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가 되고 이들중에서 판사와 검사가 임명된다.

법대가 있는 전국의 4년제 대학들의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필사적이다. 대학의 명운을 걸고 대처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기존 법대의 존립은 물론 대학의 대표적인 간판으로 삼아야 하기에 눈물겹기까지 하다. 로스쿨유치추진단 구성은 기본이고, 2009년 3월에 문을 열게 되는 로스쿨의 인가조건을 갖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에서는 청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남대, 배제대가 이미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교수확보에 나서고 법학전문도서관 등 교육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공주대도 로스쿨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재양성에 필수적인 분야가 로스쿨임을 모르는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형편을 고려해서 유치전에 뛰어들어야 여타 학생들이 반사적으로 입게 되는 피해와 지역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민선4기 2년차의 도정목표를 교육강도(敎育强道)의 실현으로 정한 정우택 충북지사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내년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국경일에서 배제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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