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적폐 놓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친일적폐 놓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08.17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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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지 76주년을 맞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76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도 친일적폐를 강도 높게 언급했다.

김원웅 회장은 “독립 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는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배반한 자들이 입법, 사법, 행정의 초고위직을 차지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 군정이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강제로 해체시키고 일제에 협력한 전범들을 주요 관직에 기용했다. 우리 국민들은 4.19 혁명을 시작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 친일을 뿌리에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다시 무너뜨리는 위대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 제정에 반대하는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겠다는 세력 등 아직도 친일 반민족 기득권의 카르텔은 여전하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보수 야권에서는 “지긋지긋한 친일팔이로 뜻 깊은 광복절을 욕보이고 있다. 시대착오적 과거팔이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야말로 구시대 적폐다. 편향된 역사관에 기초한 발언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하고 있는 문 대통령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광복절은 우리 민족이 가장 아프고 치욕스러웠던 35년간의 일제 통치에서 벗어나 1945년 8월 15일 비로소 독립한 것을 국민 모두가 기념하고, 일제에 항거하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광복절을 기념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추모하는 시간은 단 한 시간. 나머지 시간은 또다시 과거사를 놓고 치고받으며 정쟁하기에 바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7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작심하고 친일 적폐세력을 축출하고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했다면 벌써 깨끗이 정리됐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제치하의 적폐가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 진실을 가장 마주하기 싫고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독일도 처음에는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과거 나치에 협력했던 사람들이 어떠한 처벌도 없이 고위자리와 재산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과거를 반성하고 과거청산을 철저히 실천으로 옮기면서 분단됐던 서독과 동독의 통일까지 앞당길 수 있었다.

광복 76년이 되었지만 일제잔재가 여전히 우리의 정신과 생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일 반민족행위자와 그 후손들은 친일을 마치 빛나는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를 누리면서 당당하게 살아왔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왔다.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나는 형사범이 아니라 전쟁포로다”라는 말을 남겼다. 1932년 1월 8일 일본 도쿄 일제 심장부에서 일왕 행렬을 향해 수류탄을 날린 이봉창 의사는 “나는 조국과 독립을 위해 적의 괴수를 죽이려 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에서 열린 일본군 전승 축하 기념식장에서 수통형 폭탄을 투척해 일본 육군대장을 죽인 윤봉길 의사는 “나는 백 년을 살기보다는 조국을 살리는 기회를 선택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한번뿐인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바친 이 대한청년들. 이 청년들을 일본은 우리 정치권이 친일적폐 청산을 놓고 76년을 옥신각신하는 동안 그들의 후손들에게 악랄한 테러리스트로 가르치며 여전히 욕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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