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가 사실상 반영? … 충북도민 우롱하나
유보가 사실상 반영? … 충북도민 우롱하나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1.07.04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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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의 눈
국토부, 청주도심 통과 노선 확정 유보
도의회 `반영' 현수막 게시에 비난 쇄도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유보(留保)란 어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미뤄둔다는 의미다. 결정된 게 없다는 뜻이다. 요즘 충북도가 아주 싫어하는 말이 유보다.

아니 한 술 더 떠, 유보를 `절반의 성공'이라 강변한다. 충북의 염원인 청주도심 통과 노선의 국가철도망 반영 불발을 놓고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오송~청주공항 노선 연결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여지를 남겼다.

기존 충북선을 활용하는 방안과 청주도심 통과 노선 신설방안을 놓고 경제성 조사(B/C) 등을 통해 최적 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번 4차 국가철도망에서 청주도심 통과 노선은 빠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충북도를 중심으로 도의회,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 `사실상 반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시종 지사도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일단 대안 중 하나로 반영됨으로써 8부 능선의 큰 고비는 넘겼다”며 반영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B/C조사에서 충북선보다 청주도심 통과 노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사실 국토부의 2개 안 검토 여지에 대해 `청주도심 통과 노선에 무게감이 실렸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충북도는 이점을 들어 국토부의 유보를 `사실상 반영'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땜질식 처방…. 내년 선거를 의식한 임시방편”이라는 야당 측 논평을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반영'이라는 말에는 자가당착적 색채가 진하다. 국토부가 충북 요구대로 청주도심 통과 노선으로 하겠다고 못 밖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영'이나 `성공'이라는 말은 확정 뒤에나 써야 적확할 일이다. 유보와 사실상 반영과는 어의가 다르다.

충북도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해왔다. 기사에 `유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지역 신문 다수는 제목부터 `유보'였다. 충북도의 관련 부서장들이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게 질책받을 일인가.

이 대목에 충북도의 속내가 읽힌다. 도민을 하나로 묶어 몰아(?)갔던 만큼 청주도심 통과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속내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도민들을 가벼이 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을 반영이라고 현혹하려 했다면 이는 명백히 도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도민들을 조롱한 듯한 일이 다시 벌어졌다. 이번엔 충북도의회가 그랬다.

도의회는 이날 청주시내 곳곳에 청주도심 통과 광역철도 국가계획 반영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청주도심 통과가 확정된 게 아님에도 마치 반영된 양 현수막을 내걸었다. 비난과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도의회는 부랴부랴 `대안 반영'으로 문구를 수정해 현수막을 교체하며 어수선을 떨었다.

사회학 용어에 `집단사고'라는 말이 있다.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출신 난민 1400여명을 훈련시켜 쿠바의 피그만을 공격했다 전멸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 뒤에 나온 말이다. 당시 황당한 결정을 한 건 하버드대 출신으로 구성된 케네디 대통령의 참모 집단이었다. 그 무리 중엔 반대하는 참모도 있었지만 그리 말했다간 집단 치도곤이었다.

청주도심 통과 광역철도망은 분명 충북도민의 염원사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사천리 여론몰이와 몰아붙이기였다. 충북도가 불을 지피고 관변 사회단체가 기름을 붓는 형국이었다. 유치운동 과정에 목소리만 높았지 필요성과 타당성을 공감하는 절차는 무시됐다.

그 결과 청와대 국민청원엔 서명 인원이 부족했고 국토부는 결정을 유보했다. 그런데 충북도는 이를 `절반의 성공', `사실상 반영'이라고 강변한다. 아니 우긴다. 집단이 그렇게 우기고 있다.

/오영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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