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일상 … “친구 얼굴 몰라요”
마스크 일상 … “친구 얼굴 몰라요”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5.03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날 기획] 청주 직지초 1학년 교실 가보니
제대로 본적 없어 10명 중 2명 반쪽 얼굴 그려
점심 먹을 때만 마스크 벗어… 이름도 가물가물
청주 직지초 1학년 1반 학생들이 그린 친구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김금란기자
청주 직지초 1학년 1반 학생들이 그린 친구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김금란기자

5일은 제99회 어린이날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됐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마스크 착용으로 요즘 어린이들은 친구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초등학생들이 꿈꾸는 학교생활은 친구와 손을 잡고 밥을 먹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친구의 얼굴을 보는 시간은 급식소에서 밥을 먹을 때다. 그 외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들은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생각할까?

청주 직지초등학교(교장 오병미)의 협조를 받아 지난달 30일 이 학교 1학년 111명을 대상으로 `친구의 얼굴 그려보기'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19.9%(22명)는 마스크를 쓴 친구의 얼굴을 그렸다. 반면 80.1%(89명)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친구의 모습을 그렸다.

특이한 점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친구를 그린 아이 대다수는 마스크에 가린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다는 점이다. 마스크 쓰지 않은 친구 얼굴을 그리고 싶었다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 마스크 쓴 친구 얼굴이 익숙한 아이들

직지초 1학년 1반 이재하군은 같은 반 목지윤양을 그리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했다. 등 뒤에 앉아 있는 지윤이의 마스크도 그리고 그 옆엔 수영장도 그렸다.

재하군은 “지윤이와 수영장에 가서 놀고 싶어 수영장을 그렸다”며 “코로나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빈양은 자신의 친구로 마스크를 쓴 담임인 이정민 교사를 그렸다. 그림속 수빈양과 이 교사(39)는 같은 마스크와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 사귄 친구와 유치원 때부터 만난 친구를 그리는 게 다르다”며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한 이후 만난 학생들은 친구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마스크를 쓴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친구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

1학년 2반 김정이 교사(47)는 `친구의 얼굴 그리기' 시간 동안 책상 앞 가림막 앞에 붙은 학생들의 이름표를 제거했다. 이름표를 없애고 나니 일부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은서양은 같은 반 친구 4명을 도화지에 그렸다. 치마도 그리고 드레스도 그렸는데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적지 못했다.

김정이 교사는 “수업 시간엔 책상 가림막 너머의 친구 등만 쳐다보고 급식소에선 불투명 가림막이 앞을 막고 있다”며 “아이들끼리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고 마스크 착용으로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으니 반 친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1학년 4반은 교실 뒷편 게시판에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사진을 게시해 놓았다. 마스크를 안 쓴 친구의 얼굴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명준 교사(46)는 “현실에서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친구를 볼 수밖에 없지만 도화지에는 마스크를 안쓴 친구를 그리고 싶어했다”며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친구끼리 뛰어노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