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도 냄새가 있을까
빗물에도 냄새가 있을까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03.31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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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11년 만의 최악의 황사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차라리 비라도 내려 마음속에 낀 먼지까지도 싹 씻겨 내려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날씨다.

날씨로 인해 행복을 느끼던 옛 시절이 그리워진다. 기후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요즘. 날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학창 시절엔 괜히 비라도 내리면 마음이 센치해져서 음악을 배경으로 시(詩) 속에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는데, 실제로 비가 온다면 3주 연속으로 주말에 내리는 봄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빗물에도 냄새가 정말 있을까?

“당연히 비 냄새가 있지. 그래서 비가 오는지 알게 되는걸?”

“아 왜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 특유의 냄새가 나잖아.”

정말 그럴까? 그러고 보면, 정말 비가 오는 날이면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빗물을 눈으로 보게 되고, 후두두 후두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축축하게 감겨드는 빗물에 옷이 젖어드는 것처럼, 평상시에는 맡을 수 없는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온 거 같다. 뭔지 모르게 풀 향기 같기도 하고, 흙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 그게 비 냄새인가?

우리가 비 냄새라고 알고 있는 그 독특한 냄새는 `페트리코(petrichor)'라고 불리는 것으로, 바위를 뜻하는 페트라(petra)와 신의 피를 뜻하는 이코(ichor, 은은한 향)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용어이다. 페트리코는 1964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처음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비 냄새로 알고 있는 페트리코는 사실 비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흙과 바위에서 만들어지는 냄새이다. 평상시 건조한 날에는 죽은 동식물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이 흙이나 바위 입자의 작은 틈(공극)에 들어 있다가, 비가 내리면 풀려나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 빗방울이 땅에 떨어져서 바닥에 부딪히게 되면 납작하게 퍼졌다가 다시 솟아오르면서, 빗방울과 바닥 사이에 작은 공기방울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공기방울은 흙이나 바위 사이 빈틈(공극)과 만나 더 커지게 되고 빗방울 표면이 터질 때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1964년 호주 베어와 토마스의 연구, MIT 기계공학과 정영수의 연구)

비에서 흙냄새가 나는 이유는 흙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만들어낸 물질,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다. 지오스민은 흙(earth)과 냄새(smell)가 합쳐진 그리스어로 흙의 냄새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거기에 가끔 비내음이 신선한 풀냄새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위 틈새에 존재하던 어린 식물들에서 발산되는 식물성 기름 덕분이다.

비내음으로 알려진 이 흙냄새 페트리코는 지표의 물질과 미생물이 어떻게 대기 확산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주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인간에게 전파되는 질병을 억제하는 연구 즉 대기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에도 기여하리라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도 기승을 부리는데 이번 주말에 비가 오면,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봄비를 감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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