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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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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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전 태 성 <충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핸드폰을 평생 갖지 않을 것이라 작정했었는데, 어느 틈에 내 손에도 그것이 쥐어지게 되었다.

처음 핸드폰이 나올때만 해도 가격이 지금보다는 월등히 비싸서 웬만한 사치품으로 취급되었다. 크기가 무전기처럼 무척 크기는 했지만 로터리 부근이나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공중전화기로 가지 않고서도 차에서 혹은 주변에 들판 뿐인 곳 어디에서나 전화선도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은 이를 소유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경이로운 특권이었다. 그러나 핸드폰의 대중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온나라에 번져갔다. 그리하여 평범한 소시민들 대부분 핸드폰을 갖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될 것이다.

한번은 친구를 만나러 대전에 갔다가 핸드폰을 택시에 놓고 그냥 내렸다. 그래서 친구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내 번호를 계속 누르던 중 드디어 반응이 왔다. "네, 제 친구의 핸드폰인데요"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평소에 워낙 조리 있게 말하는 친구라 상대방이 잘 알아들은 듯했다.

"아, 네 네. 맞습니다. 무슨 동이라고요"

"저희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친구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여자라는 것이다. 마흔 중반의 목소리로 보이며 매우 교양 있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 넓은 대전 시내에서 마침 우리가 그 동네 옆을 지나는 중이었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택시를 타자마자 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들었고, 운전수는 그 전화기는 장난감이니 갖다 버릴 예정이라고 무심히 말했다는 것이다. 내 핸드폰이 워낙 구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자분은 혹시 모르니 일단 받고 나서 돌려줄 여부를 정할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원장 친구는 그리로 차를 몰아갔다. 하필이면 그때 내게 문득 스무살로 접어들 무렵의 어떤 미팅이 생각이 났다.

그 날 미팅에서 파트너를 정하는 방법은 여자들이 자기의 소지품을 내놓고, 남자들이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집으면 그것의 주인이 파트너가 되는 것이었다. 귀고리, 목걸이, 빗, 브러치 등등이었다. 별 생각 없이 내놓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소품을 통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드는 방법이었다. 그것은 나의 과장된 추측에 지나지 않을 지 몰랐다.

어쨌든 그 때 한가지 소품이 내 눈에 뚜렷이 들어왔다. 몽당연필이었다. 한 뼘도 안 될 몽당연필, 내가 주위의 눈치를 무릅쓰고 그 몽당연필을 서둘러 집었다. 몽당연필의 임자는 내가 예상한 대로 사치보다는 진실을, 외식(外飾)보다는 내면을 추구하는 여인이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 탁자 위의 몽당연필은 지금도 젊은 날 아련한 미팅에 대한 소박한 미련처럼 남아 있다.

지금 나는 몇 차례 손님들이 거들떠보지 않은 나의 구식 핸드폰을 지나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약속 장소인 예식장 앞으로 가니 어스름 속에 바바리 코트를 입은 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그 여자에게 우리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몸짓으로 서로 핸드폰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내 또래이거나 몇 살 어린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우리의 말을 다 듣고 잘 이해가 되었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가 이윽고 우리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마침 제가 종일 시내에서 저희 절을 전도하러 다니다 오는 길입니다.

헌데 이렇게 뵙게 된 것은 부처님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저희 절에 나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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