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형 확정됐지만…與 "지금은 사면 말할 때 아냐"
박근혜 형 확정됐지만…與 "지금은 사면 말할 때 아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1.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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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낙연 "촛불정신 다져…朴, 국민에 사과하길"

MB·朴 사면 관해 "국민 공감·사과 전제에 공감"

내부 "사면 얘기할 가능성 제로…여론 더 나빠"

안민석 "이낙연 사면 언급에 文대통령 난처"

호남 민심도 거부감 상당 "사면이 웬 말이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대표가 신년 벽두에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을 거론했지만, 당원과 지지층의 반발이 강한 데다가 전제 조건으로 내건 '대국민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더욱이 사면론이 재점화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박 전 대통령 확정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확정판결이 촛불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다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면과 관련해선 "나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그에 대해서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며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만 했다.



이 대표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부터 여권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이 대표도 이미 한번 언급을 했으니 지금 시점에서 특별히 더 말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우리 당에서 당분간 사면에 대해 얘기할 가능성은 제로"라며 "지난번에 전직 대통령 측근들이 엉뚱한 소리를 해서 국민 정서가 훨씬 더 안 좋아졌다"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사면을 당장 얘기하기엔 여당 입장에선 분위기 조성이 아직 안됐다고 보며, 국민적 공감대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 "일단 당사자의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이 없는 게 가장 대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솔한 반성과 사과에 기초한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사면이 추진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여권의 이같은 분위기는 보수 야당에서 친이·친박계를 중심으로 '조건 없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구태여 사면을 재론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면 이슈를 4월 재보선까지 끌고갈 경우 지지층의 반발과 더불어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다.



4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사면 불가라면 이낙연 대표를 벼랑으로 몰게 될 것이고, 사면 가능성을 언급했다면 촛불민심에 절망을 줄 테니 이도 저도 못하는 난처한 청와대 입장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이낙연 대표가 먼저 꺼내든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권의 주요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은 사면에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광주 지역 의원은 뉴시스에 "호남 민심은 일언지하에 사면이 무슨 말이냐고 한다"며 "전두환 사면의 트라우마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사면했더니 떵떵거리고 다니고 가슴 아픈 사람들은 여전히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호남 의원도 "사면은 안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쉽게 사면해선 안 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도 BBK와 다스 의혹에 대해 인정 안 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차기권력'이 등장하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야 전직 대통령 사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전략통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뉴시스에 "양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9월 이후에나 사면론이 다시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며 "만약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사면에 동의한다면 그때는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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