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터 신상필벌 지켜야
공공부터 신상필벌 지켜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12.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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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코로나19 백신이라고 빼돌리지 말라는 법이 있는지요?”

한 지인이 건넨 말이다. 인플루엔자(독감) 예방백신을 무단으로 외부반출한 혐의로 청주의료원장을 비롯한 직원 100여명이 검찰에 넘겨졌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21일 충북도립 청주의료원 손병관 원장을 포함해 의사 12명과 간호사 94명 등 모두 106명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백신 262명분을 무단 반출해 가족과 지인 등에게 접종한 혐의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 등의 주민등록번호로 예진표를 대리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가족 50% 할인 혜택도 적용해 백신을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종자 명단과 수납대장, 결제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의료진 1명이 평균 3~4명 분량의 백신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와 간호사 1명이 4~5개의 백신을 가족이나 지인 몫으로 배정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앞서 서원보건소는 지난 9월 의료원 직원이 독감백신을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자체 조사 착수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불안 심리가 지속하는 속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사태까지 터지면서 걱정이 커진 시기에 발생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는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접종이 중단된 이후 자칫 물량이 부족한 것 아닐까 하는 걱정에 유료 접종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시민들은 백신을 맞기 위해 곳곳의 병원을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내가 아니면 내 자식이라도 먼저 접종시키고 싶은 마음에 병원에 읍소한 엄마들도 부지기수였다.

청주의료원 백신 무단 반출 사건은 맥을 빠지게 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백신 접종 중단 사태 속에서 대다수 시민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병원 직원들의 백신 반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한다.

내년 1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부는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얀센, 화이자 등 3개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1분기, 얀센 제품은 2분기, 화이자 백신은 3분기부터 각각 도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공급되는 백신은 2600만명분.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도 있다.

백신 빼돌리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왔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청주의료원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과잉 반응일 수 있다.

그렇다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런 까닭에 검찰은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온 청주의료원의 백신 빼돌리기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충북도 역시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뿌리 깊이 박힌 청주의료원의 망가진 조직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물은 고이면 썩게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현미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고 썩은 환부가 보인다면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실천해 책임 있는 이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도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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