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2 2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릇… 다시 살다
새내기 주부 소연씨는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접시와 컵이 부딪혀 접시는 깨지고 컵은 이가 나가고 말았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릇 몇 개가 이가 나가고 깨져 조심을 하지만. 잘 되지 않나 봅니다.

결혼하기 전 요리학원에도 다녀 요리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우습게도 설거지가 문제였습니다.

세제가 얼마나 미끄러운지 아예 고무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지만 어느 순간 그릇들은 소연씨 손을 빠져나가 '쨍그랑' 하고 높은 음이 들려오곤 합니다.

그래서 소연씨 손가락엔 밴드나 반창고가 떠날 줄을 몰랐죠. 소연씨는 베란다에 그동안 이가 나간 접시나 컵을 넣어둔 상자 안을 쳐다봅니다.

한참 상자 안을 바라보던 소연씨는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서둘러 장으로 향합니다. 마침 장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죠.

"아주머니 죄송한데 아이들 양말 짝 안 맞아서 못 파는 것 있으면 저한테 싸게 좀 주세요."

"엉! 그렇지 않아도 짝이 안 맞아 못 파는 것이 있는데. 잠깐 기다려봐."

양말 파시는 아주머니는 아주 잘 됐다는 듯 여기저기서 짝이 안 맞는 양말을 주섬주섬 챙겨 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집에 들러 소국 한 다발을 안고 온 소연씨는 이가 나간 컵을 죄다 꺼냅니다.

그리곤 빨갛고 파란 아이들 양말 발 부분에 휴지를 돌돌 말아 넣고 양말목에 이 나간 컵을 끼웠습니다. 그 위에 소국을 조금씩 나누어 꽂아봅니다.

주방 작은 창으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양말을 조르르 줄맞춰 다섯 개나 놓았습니다.

"어머나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라. 자주 그릇을 깰 필요가 있네. 호∼호∼호."

활짝 열어 놓은 주방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에 소연씨 웃음이 흩어집니다. 그리고 컵 속에 꽂은 노란 소국들이 일제히 바람에 흔들 흔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