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이외 특례시, 대통령령 기준따라 행안부 장관이 지정?
100만 이외 특례시, 대통령령 기준따라 행안부 장관이 지정?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11.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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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만 기준 삭제...너도나도 특례시 주장 우려
"지방자치단체 차별·헌법에 보장한 평등 원칙 위배"

"지자체 줄세우기로 지자체 간 계급화·서열화" 목소리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32년 만에 개정이 추진되는 이 법안에 사활을 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소리없는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특례 대상을 시·군·구로, 행안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감지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차원에서 자칫 '소탐대실'의 우려가 높아 특례시 지정은 더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 외 특례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





29일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행안부의 특례시 조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서영교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한병도 간사, 홍영표(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참석했다.



홍영표 의원과 행안부가 검토한 특례시-특례군 쟁점 통합조정안 조항을 보면 ▲100만 이상 인구를 가진 시는 특례시로 우선 인정 ▲실질적인 행정수요, 균형발전 및 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하여 특례를 두는 시·군·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한다는 내용 등이다. 부칙으로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재원 손상 불가 ▲광역지자체의 기초지자체 도시기본계획 승인 권한 미침해 등을 뒀다. 여기서 당초 특례시 지정 대상으로 논의됐던 인구 50만 이상 기준은 폐지됐다.



비공개 회동 이후 행안위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특례시 안건논의는 당초 18일에서 오는 30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의 지자체 줄세우기, 계급화·서열화 우려



행정전문가들은 법률로 명시해야 할 사항을 행안부장관이 정하게 한다면 지역 간 반목과 대립을 우려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 제195조는 개정안 제14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50만 이상 대도시의 사무특례와 같이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대도시의 역량에 상응하는 특례 인정으로 일관성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으나 조정안에는 대도시 외의 시.군.구를 포함해 특례 인정의 근거와 기준에 일관성을 상실해 '무엇을 위한 특례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합리적인 근거없이 지방자치단체를 차별 대우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도시 특례의 문제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똑같이 보장하더라도 대도시는 사무처리 역량이 증가돼 더 많은 사무를 처리하게 되고, 행정기관의 규모도 이에 상응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재정적인 수입도 상응해서 확보할 수 있어 별도의 특례를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된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은 지방업무의 합법성 감독에 관한 것으로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차등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례제도 자체가 지방을 계급화, 서열화해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해 지방 간의 협력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개정안 제14조 제14조 제1항 제2호 단서(현행 지방자치법 제10조 제1항 제2호)의 50만 이상 대도시 특례조항과 개정안 제195조 특례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채원호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특례시법' 통과를 서두르기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 교수는 "경기도의 경우 50만 이상 대도시가 31개 시군 중 10개 정도 있어 특례시 도입 시 도 단위 광역지방정부의 기능 형해화(形骸化),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있다"며 "재정·인구절벽에 따른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특례시 도입은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광역지자체의 조정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누구를 위한 특례시인가?



전문가들은 현재 특례시 논의가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방향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자체 간 분열과 갈등 조장으로 지방분권의 동력을 상실케 하고, 지자체를 계급화함으로써 협력을 저해하는 한편 권한과 재정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지방 정치인들이 앞장서 특례시를 추진하는 것은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동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우 교수는 "대도시들이 특례에 눈이 어두워 다른 지방과 대립하게 되면 지방분권은 물건너간다. 특례시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의 분열과 갈등이 지방분권 동력을 분산시키고 지방분권 전선을 붕괴시켜 지방분권 추진 차체가 어렵게 된다"며 "지방분권 실현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도시 특례사무를 모든 지방자치단체에게 보장하고 더 확대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지방의 재정역량에 따라 처리할 사무를 자기 책임하에 결정, 이를 위한 행정조직과 재정수단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조언했다.



채 교수도 특례시 도입에 대한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수없이 많은 특례제도가 이미 존재한다"면서 "광역·기초지자체라는 2층제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들기보다는 현재 운용 중인 특례 제도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차등적(差等的) 분권을 구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0만 이외 특례시에 대한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게 된다면 각 기초자치단체 간 너도나도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이뤄져 당분 간 지자체 간 갈등양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인구 수 100만 이상 특례시 지정에서 50만 이상 시의 요구가 이어졌고, 또 50만 미만의 시·군들의 반발로 50만 기준이 삭제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특례시·군 지정 문제가 정치권과 지자체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아 쉽지만은 아닌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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