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족에 점령당한 청주 율량천 수변관찰로
자전거족에 점령당한 청주 율량천 수변관찰로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10.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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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량천 총연장 3.5㎞ 전 구간 보행자 전용 불구
상당수 지침 무시 라이딩 즐겨 … 시민 안전 위협
통행금지 안내 표지판·도로위 표식도 무용지물
6일 보행자 전용인 청주시 율량천 수변관찰로에서 한 시민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조준영기자
6일 보행자 전용인 청주시 율량천 수변관찰로에서 한 시민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조준영기자

 

“보행자 전용 산책로가 맞나요? 쌩쌩 달리는 자전거가 무서워 다닐 수가 없네요.”

6일 오전 11시30분쯤 청주시 율량천 수변관찰로에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1m 남짓 좁은 길 위에서 마주 오던 보행자와 자전거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놀란 보행자는 몸을 바짝 웅크린 채 길가에 멈춰 섰다. 반면 자전거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보행자는 저 멀리 작은 점이 돼 사라지는 자전거를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바라봤다.

정모씨(35·여)는 “주변 풍경을 보고 걷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자전거에 너무 놀랐다”며 “날씨가 좋아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무서워서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는데, 정작 자전거 운전자는 위협을 해놓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행자 전용인 청주 율량천 수변관찰로가 `자전거족'에 점령당했다.

총연장 3.5㎞ 관찰로 전 구간에선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다. 폭이 좁은 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 상당수는 지침을 무시한 채 관찰로를 가로질러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나 도로 위 표식도 무용지물이다.

몰지각한 자전거족 행태는 도심 속 생태 환경을 즐기러 나온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관찰로 주변 아파트에 거주 중인 주민 박모씨(72·여)는 “가끔 나와 보면 길에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을 때가 많다”며 “달리는 자전거를 신경 쓰느라 제대로 산책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관찰로 내 자전거 통행을 막을 방도가 딱히 없다는 데 있다.

자전거가 주로 드나드는 경사로 형태 출입구는 장애인 편익 차원에서 조성된 까닭에 차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담당 자치단체에서 인력을 배치, 단속 활동을 하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현재로선 자전거 이용자 의식이 개선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담당 지자체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청원구청 관계자는 “관찰로 내 자전거 통행 문제로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장에 나가 점검을 벌이고 계도활동을 하고 있으나 완전 통제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내년부터 율량천 수변관찰로 반대편에 자전거 전용도로 조성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착공일로부터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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